Cliché

Priority of Abyss II

思惟 2024. 9. 1. 01:43

 

 

˙˙˙ 모험가는 상처를 잊고 나아가야 한다. 
˙˙˙ 하지만 새겨진 상처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01
향샤님 커미션 편집

 


이것이 몇 번째 모험인지는 알 방도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다. 숫자를 특정할 수 없을 뿐, 무언가 여러 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순례자는 검은 수녀를 만나고, 어쩐지 차갑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인상을 받은 사실에 의문을 가진다. 그들은 태어나 처음 만났고, 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으며, 다른 목표를 추구하다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다. 아마 많은 조건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를 잠시 함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매끄러운 상상이 의문스럽다. 

그것이 균열을 불러온다.

균열과 상처는 같은 원리로 새겨진다.

램프가 수없이 빛의 모양새를 달리한 후에, 검은 수녀는 신의 시험이 상처가 되지 않느냐 묻는다. 순례자는 오히려 상처입기 위해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순례이기 때문이다. 개의치 않고, 질문하지 않는다. 진리를 직접 찾는 것. 

그러나 검은 수녀는 하나의 작은 진리를 알고 있다.
진리를 찾으려는 자의 끝을 알고 있다. '언제나처럼' 이 세계에 끝이 있다는 게 유일한 진리였다. 

눈앞의 순수한 순례자가 그 사실을 아는 순간에 누가 곁에 있을까? 고고하고 외로운 길을 그 누가 알아줄까? 검은 수녀는 자신의 차림새와 상반되는 램프를 건네며, 순례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

'이번'에는 그런 이유로, 아주 긴 상처를 함께 새기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