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생각을 정리한다. 이곳은 위스퍼레인 측의 산장이고, 그녀가 회의나 재판으로 갈 수 있는 위치라면 그리 멀지도 않을 것이다. 적어도 여긴 아무도 없는 상태이며, 수갑을 내가 풀기엔... 힘이 부족하군. 돌아오기까지는 허튼 짓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아직 아는 게 부족해.)
하인즈:('자제 불가능한 식인욕', '이성을 잃다',... 거기에 생각한 적 없던 매개, '피'를 발견하자 하나의 가설이 도출된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접근했다면 파티에서 피를 먹였다고... 할 수 있겠지. 누가 그랬느냐를 추정하기 이전에 이것으로 증거를 제시할 수 없음이 문제다. 둘을 동시에 알아내야 한다. 용의자가 없으면 이런 말을 인정할 수는 없어.)
하인즈:(...무언가를 숨기는 행동이 하나도 없다. 이 자신감은 뭐지? 내가 갈 동선과 장소에 계속 노출된 증거들...이것이 나를 변호하지 못할 것을 아는 것처럼 느껴진다.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 애초에 내가 아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아. 그게 누구든 그의 목표는 내가 지금 예상할 수 없는 일이겠지.)
하인즈:(위스퍼레인이 세력 성장을 노려왔던 것인가? 솔직히, 그렇다는 생각은 한 적 없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그 부모가 욕심이 없어 자신이 이런 생각을...? 아니, 나는 영지를 크게 가지지도 않았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재산 흡수를 위해서라면 지나치게 일을 벌인 것이다. 비효율적임을 그녀도 알 터.)
하인즈:묻고 싶은 게 많을 뿐이네요. 계획이 허술하진 않았지만, 비효율적이에요. 왜 이렇게까지 일을 벌이셨죠? 피를 먹이는 게 전부라면 저와의 저녁 식사에서 손을 쓰셨어도 될 텐데요.
위스퍼레인:비효율적이라는 말엔 부정하지 않을게요. 왜 이렇게까지 했냐면... (당신의 온전한 아군이 되고 싶었어요. 당신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저는 당신과 만날때마다 온전한 타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 남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하고 말았어요.) (그런 말을 할까 잠시 고민했으나 말하지 않았다. 왜냐면, 이리 호소하는건...)
(왜 일을 이리 벌였는지 결국 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당신에게 이런 비효율적인 계획이 절반이라도 성공했으니 나쁜 시도는 아니라 생각해요.
하인즈:(냉정하게 자르듯 단언한다.) 저를 잘 아신다면 애초에 제게 이렇게 한 이유를 스스로 말해야 함도 아시겠죠. 당신은,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신념 없이 벌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시도하는 것만으로 좋았던 겁니까? 나의 목숨을 걸고.
위스퍼레인:왜냐하면... 아, 왜냐하면... (잠시 침묵. 흩어진 편지를 정리하고 제 침대맡에 숨겨둔 와인을 꺼낸다.) 저를 미련하다 탓하지 않으실건가요?
하인즈:글쎄요. 미련, 망집, 어리석음... 그렇다고 매도하길 바라지 않을 당신이, 굳이 묻네요. 아, 제가 순순히 그 와인을 마실 것이라 생각하셨다면 허술하다고 정정하고요.
제가 당신을 탓하게 되는지는 앞으로의 대화에 달렸습니다.
위스퍼레인:제가 현명한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떨리는 적은 오랜만이네요...
(평소처럼 눈을 천천히 깜박인다. 숨을 몇번 고르고, 제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는 듯 잠시 말이 없다. 그러다 이내 결심을 한 듯...)
언젠가 저는 이 곳을 떠나던가, 혹은 이전 처럼 죽음을 맞겠죠. 운이 좋았다면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랬다면... 당신과 예전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연극을 보러가고, 이 지방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볼 수 있었겠죠.
하지만, 하지만. 말씀드렸듯 당신과 나는 완전한 타인이에요. 애초에 같은 종 또한 아니잖아요. 나는 영원히 이곳에 머무를텐데... 하인즈. 당신은 아니잖아요.
언젠가 당신은 사라지고, 당신의 이름 석자를 새긴 묘비 앞에 나는 가만히 서서... 이 몸을 이끌고, 묘지기처럼......
위스퍼레인:죽음을 위장한다면 옆자리를 차지할 수야 있겠죠. 하지만 다시 눈을 뜨면 묘지기가 되어요. 당신을 그리는 묘지기가 되어 안개 속으로 사라지지도 못해요.
말이 길어졌군요. 결론만 말하자면...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지금 제 말이 어느 소설의 대사라면, 누군가는 이것마저 괴물의 감정이라 말할까요? 우리도 인간처럼, 이런 감정을 느끼고 괴로워해요. 적어도 저는 그렇답니다.
이런 일을 벌인건 나쁘다고 인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나쁜가요. 제가 그리 잘못했나요...
하인즈:원래 인간은 죽는 게 맞습니다. 신기하네요, 제가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당했다면 어쩌려고 파티장에서 계획을 시작했는지. 당신이 좋아하는 극적 연출이었을 뿐인가요. 제가 사람을 죽인 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 죽으면 어쩔 셈이었죠. 저를 잃고 싶지 않다 생각했다면, 그 관계를 변화시키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걸... 모를 리는 없을 것인데. (동요했지만, 내뱉는 말은 침착하다.)
이해는 됩니다. 당신이 저와 곁에 있는 상태,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애초에 당신이 논하는 사랑이라든가 감정은, 제가 채워줄 수 없는 것이에요. 그게 해결되지 않아도, 곁에 있기만 해도 만족스러울 리 없잖습니까? 저는 제 감정 이상으로 행동하지 않아요. 당신과 같은 것이 되어 끝없이 살아가도, 당신이 원하는 하인즈가 되어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괴물과 괴물이라도, 영원히 타인입니다. 당신의 지인 마거리타는 타인보다 못한 애인을 두었죠.
...이 방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괴물들의 삶이 궁금했는데, 그렇게 궁금할 가치도 없네요. 그들의 감정은 어리석어요. 당신이 말하듯 '인간처럼'. 이제 당신의 견해를 묻죠.
위스퍼레인:즉결 처형 낌새가 보였더라면 제가 당신을 데리고 도망쳤겠죠. 당신이 스스로 해한다면 의사는 물을 수 없었겠지만. 제 피를 먹일 생각이었어요. 어쩌면 이런 순간에 어떤 이유에서든 저를 선택해줄지도 모른다는 오만한 생각도 했죠.
사실 이 땅을 추천해준 것도 마거리타였답니다. 너는 언제나 슬퍼보이니 그 한적한 땅에 가서 요양을 하다 오라고... 때문에 그 사람이 그리 됐을땐 허망했어요... (책상 서랍에 오프너를 꺼내 올려둔다. 오프너는 여기 있어요. 당장 와인을 마셔달라 강요하진 않을게요. 시간은 짧지만, 충분히 생각해주세요. 언제나 그러셨듯...)
(인간처럼. 인간처럼. 인간답다... 한때는 그런 말을 동경하기도 했었는데. 아니, 동경이던가...) 그렇다면 저는 어리석은 인간처럼 보이나요? 같은 입장에서 보이는게 있다고 믿어요. 저는... 인간이 될 수 없으니 당신과 동족이 되고 싶다 생각했어요. 아마 인간으로 변하는 방법을 알았다면 벌써 제게 사용했겠죠.
하인즈:(당신이 책상을 향하는 모습과, 와인을 내려놓는 손을 바라보며,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네, 시간이 없네요. 모든 인간은 어리석어요. 저 또한 그러하죠. 지금 이 고민하는 순간이야말로 제 인생에 가장 바보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당신이 제 생각을 좀 도와줬으면 하네요. 세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들을 건가요?
위스퍼레인:당신에게 힘이 되고 싶다 했었죠. 얼마든지요.
하인즈:첫 번째. 만약 제가 이대로 당신의 눈앞에서 죽기를 택한대도 멋대로 하지 않을 자신은 있나요?
위스퍼레인:제 눈앞에서 한 당신 선택이에요. 언제나 저는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는걸요.
하인즈:(헛웃음을 짓는다.) 과연.
위스퍼레인:...제가 한 일이 있으니 못 믿으시곘죠. 그에 대해선 죄송하다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방금 말은 진실이에요.
하인즈:두 번째. 제가 와인을 마시면, 당신은 제 인생을 괴물의 방식으로 살도록 바꿔놓은 것이 되죠. 그것이 어쩌면 당신의 그 감정을 만족시키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그럴지, 생각해보세요. 미래의 제가 다른 괴물이나 인간에게 눈을 돌린다면 당신이 슬퍼질테니까.
위스퍼레인:(침묵. 생각하다 입을 연다.) 물론이에요. 만족스러울 거예요. 정말, 만약. 당신이 동족이 되고 저와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아도... 다른 괴물이나 인간에게 눈을 돌린다고 해도 수긍할게요. 그게 제 책임이고,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언제나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니까요.
하인즈:...마지막으로. 저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이 그야말로 최악의 행위라 생각하고, 앞으로 인간을 먹으며 살아가야 한다면 견디지 못 할 것입니다. 제가 그 죄악감을 견뎌가면서까지 영생을 버틸 이유가, 그만큼의 가치가, '괴물'의 삶에는 있습니까?
위스퍼레인:그에 대해선... (짧은 침묵. 다시 말을 고르는듯...) 저도 그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어요. 왜 우리는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는지. 왜 우리는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지. 아마 이런 고민을 한건 저 뿐이었을 거예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이 삶에 가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리 결론 내렸답니다.
하인즈:당신이 당신을 죽여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함께 살아갈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겠군요.
위스퍼레인:어느 쪽일 것 같으신가요? 저는 함께 살, 당신을 필요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하인즈:해석의 자유, 둘 다라고 생각했죠. (슬픈 눈에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음을 알았지만, 이야기란 것을 무대와 책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으니.)
위스퍼레인:그렇군요... 이게 책이나, 무대라면 어느 쪽으로 해석되는게 주류라고 생각하시나요.
하인즈:요즘 유행에 따르면 제가 당신을 죽여도 꽤나 인기 있는 극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위스퍼레인:그렇다면, 그 극의 각본을 받으시면 연기하실건가요?
하인즈:저는 배우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유행을 항상 좋아하진 않죠. 당신은? (평소의 당신을 잘 알지만, 지금은 처음 묻는 것처럼.)
위스퍼레인:우연이네요. 저도 스스로를 배우에 어울리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제 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생각하길 좋아하는지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을 잇는다. 위스퍼레인은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고, 무슨 극을 봤고, 무슨 소설을 봤는지...)
하인즈:그럼 쓰는 건 좋아했나요? 이렇게 저의 하루를 극적으로 만든 것처럼. 이 이야기는 보통 솜씨가 아니잖아요.
위스퍼레인:쓰는건 자주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부끄럽기도 하고요...
하인즈:써보시죠. 그게 가치가 될지도 모르니까.
위스퍼레인:숨이 붙어있고, 슬프지 않고,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해볼게요.
하인즈:...위스퍼레인의 머릿속은 항상 의문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데요.
위스퍼레인:(옅게 웃는다. 웃음은 평소와 다름없다.)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그러더군요. 너무 골똘히 생각하지 말라고.
하인즈:(지금의 내게 필요한 말은 그 반대 같다. 아이러니하다.) 그 말은, 슬프지 않으면 가치를 찾으러 갈 수 있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위스퍼레인:네... 슬프지 않다면 가치를 찾으러 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된다면 분명 기쁘겠죠. 이 삶에 가치가 부여될지도 모르니까.
하인즈:(오래 침묵한다.)
위스퍼레인:(침묵을 깨트리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을 잇고 기다린다.)
하인즈:(책상으로 다가가 와인병과 오프너를 양손에 든다.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묻는다.) 당신의 피는 이미 섞어놓았나요, 아니면 이제 넣어야 하나요.
위스퍼레인:이미 넣어두었어요. 거짓이라 생각하신다면 지금 한번 더 넣을까요.
(조심스레 책상 근처에서 물건을 꺼낸다. 깨끗한 잔 두 잔.)
하인즈:피가 들었으니 잔을 나눌 순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의 것은 상관 없나요.
위스퍼레인:혼자 들면 쓸쓸하지 않나요? 그래서 구색이라도 갖추려고...
하인즈:... (잠시 긴장이 풀린 듯 허무한 표정이었다. 와인을 따고, 당신이 꺼낸 잔을 들어 딱 한 모금씩을 따른다.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로, 잔을 건넨다.)
위스퍼레인:(그런 당신을 보았는지, 아닌지... 건넨 잔을 받고선 다른 잔을 내민다. 나는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런 날이 온다면 평소처럼 덤덤하게 있자고 다짐했는데, 잘 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인즈:(눈치 보고 있군. 흘깃 보며, 자신의 잔을 따른다.) 건배사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없는 걸로 합시다.
당신의 예상대로입니다. 저는 결국 당신이 바라는 결말을 지나는군요. (잔을 맞대자는 듯, 내밀었다.)
위스퍼레인:(기쁘다. 기쁘지만 솔직히 말해도 되는걸까? 솔직함은 극약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렇다면...) (잔을 맞댄다. 무언으로 건배사는 생략하기로 한 것에 동의한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기뻐요... 제가 당신의 묘지기가 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인즈:그러시겠죠. (잔이 부딪히고 나면, 천천히 그것을 목구멍으로 넘긴다. 이 선택은 변덕이었다고 생각될까, 아니면 운명일까. 나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수많은 것을 덮으며 살아가면 된다. 그러나 당신의 가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빈 잔이 유독 새 것처럼 느껴진다.)
하인즈:...당신이 의문에 가득찬 이유를 알겠네요. 필요 없는 것까지 알아야 하니까. (가쁜 숨이 멈추기도 전에 말한다.)
위스퍼레인:네... 조금 불편한 몸이랍니다. 끝까지 익숙해질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곧 익숙해질 거예요.
하인즈, 저는. 저는... 정말로… 당신이 나와 동족이 되었다는 게 기뻐요. 어느 면으로는 슬프기도 해요. 내 욕심 때문에 당신을 괴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서. 더 이상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으니까...
하인즈:그건 평생 익숙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잖아요. (이어지는 말을 듣다가) 글쎄요, 그래도 기쁨이 더 커보이는데. 당신은 이번에... 제가 봐온 도중 가장 솔직한 짓을 벌인 것 같고요. (살아생전 가장 그랬는지는 의문이지만.)
대체 뭐가 그렇게 욕심이 나는 겁니까... ... (역시 타인의 감정은 모호하다. 익숙해질 수 없는 건, 이런 것인가?)
위스퍼레인:가장 솔직한 짓을 벌이고, 거부당하지 않길 바랐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길고, 조금 부조리한 삶을 살면서 이리 욕심을 부린건... (고개를 숙이고 침묵한다. 어느 순간마다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건 버릇인가?) ...말씀드렸잖아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았다고.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단 욕심을 부렸어요...
이전, 말씀드렸던 문장을 기억하시나요? 미화하고, 왜곡시키는 것.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 시키는 무엇...
저는 이미 솔직함이라는 극약을 마셨어요. 거짓은 말할 수 없겠죠. 하지만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왜곡되겠죠. 말을 잇지 않고 삼켰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반갑다...)
...주제 넘는 말이지만, 이것도 새로운 탄생이라면 탄생이겠죠. 생일 축하드려요. 하인즈...
하인즈:제가 그 욕심에 어울려드린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확신하지 못 합니다. (그렇게 타인과 함께 살고 싶다는 욕심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타인들'이 아니라 어떤 타인을 가지고 싶다는, 항상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은 대체 무엇인가? 사랑은 독해 불가능한 고전극에 가깝다. 그리고 그런 것에 들어온 내가 있다...)
예, 이제 당신에게 배울 것이 많겠네요.
위스퍼레인:짧긴 했지만, 저는 선생님인걸요. 맡겨만 주세요...
하인즈:'다음 신분'에서도 선생님일 건가요?
위스퍼레인: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대로 선생님일 예정이에요. 당신은 하고싶은 일이 있나요?
하인즈:이 일을 벗어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위스퍼레인:여전히 그와 비슷한 일을 해도 좋고, 글을 써도 좋지 않을까요? 소설이 아니라, 어느 신문에 실리는 것 같은 비평같은...
하인즈:제가 당신에게 쓰라고 했는데, 저보고 쓰라고 하시는군요...
위스퍼레인:바닷가에 작은 집을 얻어, 함께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 않나요...
하인즈:전 아직 일하고 싶은데... 일단 멀리 가야겠네요. 그리고 저는 바다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고요.
위스퍼레인:그럼 다른 지방에서 일을 더 하다 바다에 가도록 해요. 제가 인적이 드문 곳을 알고 있어요. 안개 낀 새벽 바다는, 분명 당신도 좋아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