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지인 타로
기숙학교의 하인즈와 위스퍼레인


그곳에 멋대로 가면 안 된다고 했잖아!
아휴, 요즘 아이들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니까.

하인즈는 사실 꾸지람을 듣는 학생은 아닙니다. 오히려 늘 우등생 반열에 들었고 규칙을 어기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올바른 아이였지요. 그렇지만 이따금씩 보통 학생들과 관점이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만약 통학생이었다면 전혀 느껴지지 못할 정도의 차이예요. 하인즈를 어릴 적부터 기숙학교에서 짐을 풀고 싸는 것이 익숙했습니다. 부모님은 타지에서 살고 있었고 그마저도 이사가 잦았던 탓에 하인즈를 좋은 학군의 학교를 계속 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에요. 게다가 ... 제법 무관심하기도 하군요. 하인즈는 남다른 학생이었지만 부모님은 학부모 상담 땐 그저 그 나이 때 아이들이 잠시 똑똑해지는 경향이 있지 않냐면서 그대로 넘긴 모양이에요. 그것을 특히 아쉬워하는 것은 교장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도, 하인즈 본인도 아닌 하인즈의 짝 선배 위스퍼레인입니다. 위스퍼레인은 뭇내 하인즈의 상담 결과를 듣고 나면 팔자 눈썹이 되면서 안 그래도 작은 목소리가 더 작아지곤 했어요. 결국 아쉽다는 것이었지요. 하인즈의 머리카락을 빗겨주면서 위스퍼레인은 씁슬하게 웃었습니다. 이곳도 물론 좋지만... 하인즈를 위해서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넓은 도시에서 지낼 수 있다면 좋을 거예요. 위스퍼레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제 머리카락을 빗겨주는 손길이 평소보다 빨라졌다는 걸, 하인즈는 알 수 있었지요. 그건 위스퍼레인의 버릇과도 같았어요. 말로 하지 못하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초조함으로 드러내는 것. 그렇지만 하인즈로써는 어째서 위스퍼레인이 그렇게까지 제게 마음을 써주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자신도 키가 한 뼘 자라면 이런 사람이 되는 걸까 하는 막역한 생각.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벽에다가 등을 대고 키를 재 보곤 했어요. 위스퍼레인과 하인즈는 학년 차이가 제법 나서, 하인즈에게 위스퍼레인은 어쩌면 어른처럼 보였을 지도 모르겠네요.반대로 위스퍼레인 역시 어른의 몫을 다 해주고 싶었을 테고요. 아직은 본인도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이면서...

두 사람은 짝 학년이었기 때문에 종종 특별 활동이나 등하교 및 점호 내역 등을 공유하곤 했어요. 이따금씩 남몰래 기숙사실을 빠져 나와서 함께 도서실로 가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하루에 있었던 일을 나눌 정도로 둘은 친밀했습니다. 위스퍼레인은 좀처럼 방학 때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거든요. 기숙 학교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그것을 더 이상 누구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위스퍼레인은 어린 나이에 기숙사에서 매일을 보내고, 방학이나 휴가철에도 좀처럼 나가지 않는 하인즈를 보는 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이 학교는 분명 시설도 좋고, 기숙사로써도 교육기관으로써도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하인즈의 본가가 있다는 수도에 있을 명문학교에 비하면 그것도 아니었거든요. 하인즈가 조금 더 넓은 곳에서 공부하고, 더 많은 경험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위스퍼레인은 늘 한 켠에 가지고 있었어요. 입 밖으로 꺼낼 순 없었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서 하인즈와 함께 할 때마다 어딘가 빨라지는 손이라던가, 잠시 멈추고 자신을 바라본다는 등의 행동을 통해서 알 수 있었지요. 하인즈는 위스퍼레인의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선배의 바람은 알지만,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물론 명문학교에 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이곳에서만의 경험이 또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이곳에서 하인즈는 더욱 키가 잘 클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몰래 속삭거리고 있는 시간은 참 소중했어요. 잠자는 시간을 할애해서 그 어둠 속에서 빛이 나는 푸른 눈을 보고 싶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라던가, 사감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나가려던 다른 학생들에게 걸려서는 그런 곳에 있으면 안 된다거나 요즘 아이들은 도통 모르겠다는 등의 잔소리 폭탄을 듣기도 했지만요.

어린 학생들끼리 짝을 지어준 것은 기숙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가까운 곳에서 안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지요. 공교롭게도 하인즈와 위스퍼레인은 둘다 특별활동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의 활동에 함께 하는 편이 잦았습니다. 위스퍼레인의 일정에는 늘 하인즈의 일정이 함께 들어있었고 반대도 마찬가지였지요.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편이다 보니 하인즈에게 고학년의 활동은 어렵지 않겠어? 하고 되묻기도 했지만 물어본 사람도 머쓱하게 물론 하인즈라면 문제 없겠지만. 하고 승인해주었다곤 하네요. 그렇기 때문에 하인즈가 처음으로 특별 활동으로 나가서 보았던 타국의 예술품이 전시된 박물관도, 이 나라의 유적을 함께 보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났던 등산길도 모두 위스퍼레인과 함께였습니다. 위스퍼레인의 미술 시간, 위스퍼레인의 교육 시간 활동에 하인즈가 함께 한 것이었지요. 우수하기로 소문난 하인즈는 학업능력과는 별개로 한 번 본 것들은 좀처럼 잊지 않았어요. 모든 것을 그 푸른 눈에 가득 새기고 있었습니다. 그럼 위스퍼레인은 조용히 다가서서 가만히 서 있는 하인즈의 손을 잡습니다. 그때 함께 보았던 건 어느 왕의 무덤이었어요. 커다란 무덤은 권세를 상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두려워해서... 두려워해서... 두려워해서... 위스퍼레인은 그 설명이 귓가에서 울립니다. 막강한 부와 권력을 가졌음에도 자신의 명에 끝이 있다는 것을 두려워해 무덤에까지 열을 쏟는 인간 ... ... 하인즈는 위스퍼레인의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줍니다. 산을 내려오던 두 사람은 기나긴 침묵 끝에 하인즈가 먼저 입을 떼는군요.

"언젠가, 시간이 흐르는 게 기다려지지만은 않을 때가 온다면요."
"선배가 무덤을 보고서 했던 생각을 이야기해주세요."
"제게 분명 큰 조언이 될 거예요."

위스퍼레인은 하인즈를 내려다봅니다. 끝이 오는 게  두렵기도 해요. 헤어짐은 두렵지 않지만 이곳을 나가야 한다는 것,  언젠가는 어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 아이라는 시절에는 분명 끝이 있다는 것... 그렇지만 그런 것을 하인즈에게 소리내어 말할 수 없는 것이잖아요.  그렇지만, 언젠가 하인즈의 키가 크고, 자신처럼 졸업에 다가온다면... 분명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이 아이의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 정도만 할 수 있지만 언젠가 하인즈의 등을 밀어줄 수 있는 자신을 생각해봅니다. 헤어짐은 두렵지 않아요. 언젠가 다시 만날 지 모르니까... 여전히 나아감은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한 뼘 더 자란 하인즈를 만났을 때는 분명, 지금의 기분을 말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위스퍼레인은 하인즈의 선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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