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세계, 같은 규칙, 같은 인물로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 온전히 같은 결말도 없으며 온전히 다른 결말도 없다. 보드 위의 움직임은 다르나 조우는 같고 조우가 같으나 행위는 다르다. 변칙, 그것이 이 게임의 유일한 규칙이다. 이것이 우리의 결말이에요. 모든 반복은 같은 대사로 끝난다.
이 보드에서 첫 번째 플레이어는 신에게 질문하러 떠난 순례자로, 두 번째 플레이어는 모험가들을 치료하는 수녀회의 일원이다. 그들이 구한 목숨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셀 수 없다. 모든 게임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면. 그들의 선택과 질문에 대해서도 동일하다. 그러나 그들은 나아갈 뿐이다. 순례자는 생각한다. 그 검은 수녀가 이것이 우리의 결말이라고 말할 때, '우리'가 아니라 다른 존재를 겨냥해야 옳은 것 같다고. 그러나 그런 의문은 신에게 제시할 것이 아니며 앞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램프가 꺼진다. 그 장면을 얼마나 보았는가. 오두막에 머무르며 본 것이 아닌 듯하다. 검은 수녀는 램프를 끌 때 더이상 켤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짐작한다. 그 감이 '언제나' 맞는다는 것도 떠올린다. 그 감의 근거를 모르고도 알 수 있다. 자신은 영원히 마주하는 모험가들을 치료하며 이 램프를 끄게 된다. 눈앞의 순례자가 영원히 대답을 듣지 못하고 대륙을 떠도리라는 것도 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둘은 영원한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 그것이 이 세계의 진리일지도 모르지만, 이들에게, 이 세계에 필요한 것은 진리를 바꿀 무언가다. 그들 본인은 신이 허가하기 전까지는 그 역할에 나설 수 없다. 어쩌면 순례자가 질문할 대상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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