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하인위레 100일 기념 타래

 

:: 蛋糕情人 :: 

기다려 나의 케이크 연인 

 

898

 


하인즈는 출판사의 편집자. 위스퍼레인은 베이커리의 주인. 사실 배경은 이런 광고가 나올 이전 세대의 미국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판의 역사에서 세계대전 후에 출판계가 엄청 성황했다는 걸 재밌어했다. 당시엔 사람들이 모든 책을 거리낌 없이 읽었기에 무슨 책을 내도 괜찮았다는 점이 부럽기도 하고 좋았다.

 

 

 



하인즈는 여기서도 식사를 샐러드와 빵으로 때우는 바쁜 사람. 회사 앞 베이커리에 들러 같은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하나씩 사가고 그걸로 점심까지 때우는 일정을 소화중. 가끔 점심 시간에 조각 케이크를 사 오는 건 그 베이커리가 저녁 빵을 굽는 시간에 남는 것이 케이크밖에 없기 때문. 단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당을 충전해서 오래 일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그저 배를 조금 채울 간식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베이커리의 주인 위스퍼레인은, 매일 오는 그 사람이 케이크를 좋아하나 생각하게 돼서, 매번 점심 시간에 어제와 다른 한 조각을 남겨두고 기다리게 되었다...는 전개.

그렇게 비슷한 샐러드, 샌드위치, 케이크가 유행처럼 돌아가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위스퍼레인. 왜 항상 그렇게 사가는지를 묻고 싶어졌다. 케이크의 맛이 상관 없는 걸 보면 자신처럼 케이크를 좋아하는 걸까? 생각해서. 말을 걸어볼 틈도 없이 계산해서 나가는 그의 이름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하인즈는 원고가 없는 날에 베이커리에 들렀다가 레시피북을 내볼까 하는 생각이나 했다. 이번에 다른 출판사에서 낸 게 꽤 잘 나갔던데. 베이킹 레시피가 이미 나왔었나? 생각하면서, 순간 매대 앞에서 고민했다. 처음으로 이곳에서 뜸을 들인 것이다.

위스퍼레인이 뭔가 물으려는 순간 하인즈도 입을 연다.


-혹시 오늘 케이크가 별로...
-책 내볼 생각 있어요?


상대가 말을 걸 줄 몰라 놀랐다. 뭐라고 말했지, 더듬고서, 서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마 서로를 제대로 본 것도 그 순간이 처음인 것 같다. 그러니까 표정을 보는 게.

하인즈가 먼저 제안한다. 


-그러니까, '데일리 버터'의 베이킹 레시피를 담은 책을 내면 어떨까 제안하는 겁니다. 이 베이커리는 오래 자리를 지켜왔고, 제가 먹어본 결과 이 거리 일대의 어느 곳보다 케이크가 가장 담백했습니다. 또 디자인도 맛을 해칠 정도가 아니고...
-저, 저는...
-꽤 메리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별로라면...
-저는 그냥 손님이 이 케이크 맛을 싫어하나 물어보려 했을 뿐이에요...
-아...


생각을 그대로 말하던 하인즈는 머쓱해진다. 명함과 지폐를 조심스레 내민다.


-맛은 다 좋던데요. 생각 나시면 연락주세요.


케이크 박스를 가져간다.


딸랑.

위스퍼레인이 가게를 운영하며 생각하는 며칠이 빠른 모션으로 보여진다. 반죽을 하고, 오븐 앞을 지키고, 빵을 진열하고, 계산대에서 인사를 한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븐 앞에 있는 그 시간. 문득 위스퍼레인은 그 앞에 서서 하인즈의 명함을 꺼내본다.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바로 건너편 건물에서 그가 나온다. 언젠가 요즘 원고가 없다고 중얼대더니 사실인 모양이다. 손에는 큰 노트과 펜을 들고, 처음 보는 설레는 얼굴로 문을 연다.


-연락 주실 줄 알았습니다.


어쩐지 그 얼굴을 보는 것으로 괜찮은 만남인 것 같다... 순간 그렇게 생각하며 의자를 꺼냈다.


둘은 레시피 북을 낸다는 명목 하에 오래 미팅을 가지게 되고, 그 사이에서 책의 이야기가 아니라도 여러 주제로 대화하게 된다. 하인즈의 편집자로서의 철학, 위스퍼레인의 베이킹 과정, 그리고 책이 나온다면 어땠으면 하는지. 위스퍼레인은 나중에야 솔직하게 말한다.

사실은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고. 자그마한 욕심이 있다면 책 어딘가에 자신의 마음을 싣고 싶다고.
하인즈는 그런 말을 기다려왔다.
정보만 나열하는 책은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 책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케이크에 장식도 크림도 올리지 않으면 먹음직스러워 보일 수 없는 것처럼.

-그 마음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하인즈의 말에 위스퍼레인은 고심하며 케이크에 대해 쓴다. 슬픈 날엔 케이크를 먹어요. 그 문장은 슬퍼도 케이크가 먹고 싶은 아이를 위한 말. 자신의 안에 있던 아이가 꺼내는 듯한 말. 부푼 마음을 건네주고 싶었어요. 그 문장은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말.

 

 

 


하인즈는 이 글을 서문에 넣자고 한다. 전에 급하게 출간한 소설보다 이게 나아요. ...농담이죠? 위스퍼레인은 망설이는 듯 보인다.


-혹시 부끄러우신가요?
-아뇨. 하인즈 씨의 케이크에 대한 생각도 알고 싶어서요.
-아, 편집자 후기에 한 줄 쓸까요.
-어떻게요?
-당 충전하고 일하기 좋다.
-...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알았어요. 저도 뭐, 생각해볼게요. 위스퍼레인 씨와 얘기하는 건 재밌으니까요.
-편집자 분께서 그래도 되나요?
-작가와 합이 잘 맞을수록 완성도도 올라가는 거죠. 불친절한 작가와 일하면 무산되지나 않으면 다행이고.
-항상 바빠 보였어요.
-요즘은 파리 날려요.

하인즈는 그날 위스퍼레인의 케이크를 또 사왔다. 사무실에서 케이크를 먹으며 생각했다. 그냥 내가 이 케이크를 파괴하는 기분인걸. 외계인의 침공처럼. 그래서 그렇게 썼다. 나는 케이크를 침공한다. 그것은 하나의 행성이고 마지막으로 딸기 왕을 먹어치운다. 원래대로라면 그걸로 끝나야 했다.

하지만 위스퍼레인과 이야기하며 든 생각이 있다. 그녀의 케이크에는 마음이 녹아들어 있다고. 그 글이 떠올랐다. 오븐을 바라보면 함께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던 그 사람의 케이크니까 그러했다. 하인즈는 케이크와 자신의 심장에 대해 생각했다. 휘갈긴 필기체로 쓴 그것을 결국 보여줬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위스퍼레인은 이 글을 같이 싣지 않으면 책을 내지 않겠다고 반쯤 농담으로 말했다. 하인즈는 당황하며 일단 알겠다고 대답한다. 출간 준비는 차차 되어가고, 결국 이 케이크 레시피 북은 세상에 나온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그랬을 뿐이다. 모든 책이 주목받진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미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의외로 잘 나갔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성과를 바란 일이 아니었으니 다행이다. 심심한 편집자의 충동적인 기획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것이 있다면 케이크를 먹고 남는 부서진 쉬폰 조각과도 같은 마음이다.

출판계의 성황은 끝났고, 다른 사업이 각광받기 시작한다. 하인즈는 직장을 옮겼다. 위스퍼레인은 그 가게를 계속 지켰다. 손님이 없으면 카운터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문가에 종소리가 나지 않아도 고개를 들어본다. 누군가 들어오면 활짝 웃는다.

하인즈와 위스퍼레인은 이 일을 계기로 자주 만남을 가지게 되어 발전했다... 그런 이야기.

 

 

오늘의 샐러드에 리코타 치즈가 없어도 찾아가. 너무 달아 커피를 찾게 되는 초코 케이크를 꺼내도 찾아가. 그리고 계속 기다려. 케이크를 닮은 그 사람을 만날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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