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장마철의 여름. 비가 오는 날 등교하지 않은 위스퍼레인에게 중요한 서류를 전달하게 된 하인즈. 선생님은 그 아이의 사정이 있어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중얼거렸다. 하인즈는 솔직히 그 아이를 잘 몰랐고, 별 생각 없었다. 그러나 심부름은 수락했다. 그 주택가는 멀지 않았다.

여자애의 집은 처음이다. 이 묘사로 인해 두근거리는 전개가 되진 않는다. 하인즈는 젖다 못해 쪼그라들 것 같은 우산을 접어 문가에 놓았다. 그 집의 문이 열려 있다.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린다.

계세요. 위스퍼레인... (선배도 후배도 아닌데 모르는 사이면 뭐라고 해야 하지?) ...

초인종을 세 번 정도 눌렀다. 문이 열려 있어 안에서 울리는 소리도 새어나온다. 틈새를 흘깃 보면 어둑하다. 오래 기다리면 하인즈는 자신의 바쁜 일들을 먼저 떠올린다. 도서관에 가야 했고, 자신이 항상 앉는 자리를 선점하고 싶었다. 더 늦어지면 곤란했다. 들어갑니다. 손잡이를 당겼다.

집은 그리 넓지 않고 깔끔했다. 너무 깔끔해서 무서울 정도였다. 방은 두 개 뿐이었고 문이 다 닫혀 있었다. 하지만 하인즈는 그곳의 무채색함을 어색하다고 느꼈다. 마치 새 집 같아. 회색으로 모든 것을 칠해둔 듯한 집. 모델하우스도 아니고. 빛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가구들은 낡은 것 같으면서도 멀리서 보면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은 듯했다.

하인즈가 이 집에 가진 첫 번째 인상은 그랬다. 당장 내일 죽으려는 사람이 일부러 정돈한 것 같은 집이다.

우선 눈앞의 문을 열기로 했다.

예의상 노크를 하고 문을 연다. 이 문 앞에서는 웅웅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솔직히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을 열면, 눈이 부시다. 악의를 가지고 찌르는 듯한 순간. 벽면이 온통 물고기 수조로 가득하다. 제각각의 조명들이 울부짖는 것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미감이라고는 없다.

산소 공급기가 보글거리고 작동하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섞여 방을 가득 채웠다.

하인즈는 이 방에서 5분이라도 시간을 보낸다면 미쳐버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건 이 집에서 가진 두 번째 인상.

형광 스펙트럼의 조명들이 자신을 내쫓으려 존재하는 것만 같이 거슬린다. 금붕어와 이름 모를 열대어들, 계속 헤엄친다. 어떤 수조들엔 이미 죽어 둥둥 떠있는 것들도 있다. 반사적으로 코를 막는다. 방금의 이질적이고 반듯한 집은 어디가고, 바로 이런 불쾌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는지. 다 제대로 키우고나 있긴 한건가? 이들이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신고당했을 거야.

방을 나서려 뒤를 돌아본다. 뒤돌아선 하인즈의 앞에는 한 소녀가 서 있다. 인기척도 없었는데. 푸른 머리를 정돈하지 않고 그저 늘어트린, 자신과 같은 색의 교복을 입은 학생. 눈이 반쪽만 마주친다. 그는 안대를 하고 있었다.


빵식



위스퍼레인?

감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일그러진 목소리로 묻는다.

보이는 한쪽 눈은 퀭하고, 며칠은 잠을 못 잔 것처럼 피로감이 묻어났다. 아니면 멍이라도 든 것처럼 보였다.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이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건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바로 오늘 전해주라고 하셨습니다. 하인즈는 일을 끝내고 바로 나가길 택했다.

그는 하인즈가 내민 서류봉투를 받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즈는 괜히 한두마디를 덧붙여 변명한다. 나중에 무슨 일에 얽히는 건 싫었으니까.

오해할지 몰라서 말해두지만 저도 급해서 들어온 겁니다. 문은 꼼꼼히 닫고 지내세요. 일은 잘 해결하시고요.

가만히 선 그를 지나 나선다.

문 앞에 놓았던 우산은 여전히 축축하다. 하늘이나 이 집이나 똑같이 어둑하다.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 도서관으로 향하며 하인즈는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생각을 정리한다. 이 집에서 세가지 인상을 받았다. 위스퍼레인을 보고 받은 마지막 인상은, 익사한 것을 건져놓는다면 그러할까, 하는 것이었다.

도서관에 가서는 글자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려던 것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오늘은 날씨도 이렇고, 날이 아니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며 생각하건대, 그의 눈은 어항에 웅크린 조약돌을 닮았었다. 푸른 멍처럼 웅크린 채 구석에 놓여 있던 그 돌들이...




(이어진다)

위스퍼레인의 집을 나온 후에도 하인즈는 본인의 일상을 살았다. 학교에서 그녀를 마주한 적도 없었다. 선생님도 심부름을 시키거나 언급하지도 않았다. 다음날 고맙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나중에 두 사람이 마주한 곳은 학교 뒷편 비상계단이었다.

그 사람 죽었나? 싶을 정도로 먼 나중의 일이었다. 하인즈는 바람을 쐬러 변덕으로 이곳에 홀로 왔다. 그리고 한 학생이 난간에 걸터앉은 것을 본다. 별 생각 없이 지나가려다, 위험하다는 생각에 퉁명스럽게 말한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반응이 없다. 하인즈는 다가가 그녀의 뒤에 선다.

쉬는 시간도 곧 끝인데요.

...그제서야 돌아본다. 하인즈는 놀란다. 그때 보았던 푸른 눈이다. 어떤 흔들림도 없이 뭉쳐둔 것 같은 푸른 시선과 마주한다. 하인즈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여럿 떠올린다. 결국은 평소라면 하지 않을 태도를 취하고 만다. 머쓱하게.

지금 학교 다니는 거 맞죠?

네. 위스퍼레인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 됐어요. 전엔 사실 놀랐어요. 하인즈는 그렇게 교실로 돌아간다. 또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 일과엔 학교에서 비상계단을 돌아보는 일이 추가되었다. 위스퍼레인은 항상 그곳에 앉아 있다. 이제는 떨어질 것 같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또 여긴가요?

그냥 그곳에 놓인 것 같아서였다. 고개를 돌리는 것 말고 움직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하인즈는 그녀의 생사를 확인하러가 아니라 아직도 거기 놓여 있는지가 궁금해서 갔다. 애초에 이미 죽은 사람을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으니까. 둘은 대화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서로를 확인하기만 했다.

어느 날 하인즈가 계단에 들렀을 땐 위스퍼레인이 없었다. 설마 정말 떨어졌나 난간 아래를 살핀다. 그러면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또 여기예요? 하인즈가 돌아본다. 그녀가 서서 움직인다. 이 신선한 장면을 뒤로 하고, 이어지는 말을 듣는다.

...저도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어요.

위스퍼레인은 그날 처음으로 하인즈에게 질문했다. 하인즈가 이름을 알려준 것도 처음이었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몇 번이고 읊었다. 하인즈, 하인즈. 하인즈군요. 퀴즈를 풀듯이. 남의 이름을 부르는 게 오랜만이라면서. 하인즈는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죽은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경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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