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프로스트노바와 하인즈. 6지 스포일러.
*서술되는 불안과 공포의 차이는 하이데거의 철학.



"그러게요. 인상에 대해 묻는다면 눈의 악마는 이상한 사탕을 먹는다는 겁니다."


-하인즈 박사에게 인상 깊었던 전투 경험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더니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이거 또 무슨 수수께끼야?
-너는 신참이라 아직 모르는구만. 예전의 그 일 때문에 그래. 당시엔 우리의 공포에 대해 묻고 그랬다고.
-거참, 요즘 사람들은 왜 이리 이, 그, 저, 어쩌고 말하면서 제대로 지칭을 안 하는 거야?




하인즈 박사, 지금의 넌 공포를 느끼고 있나?

눈의 악마, 또는 그 소대의 공주, 겨울의 사신, 때로는 적이며 '위험한 자'. 리유니온의 프로스트노바에겐 다양한 호칭이 있었다. 하인즈는 그를 그저 프로스트노바라 불렀다(정확히는 생각했다). 그와 대치하고 대화를 나누다 매운 사탕을 깨물고 대답했다. 아니.

하인즈는 불안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공포와 불안은 다르다.

불안은 모름에서 온다. 가장 원초적인 감각. 확신할 수 없기에 오는 혼동이다.
공포는 앎에서 온다. 알기에 느낀다. 새로운 '앎'이 내가 아는 것과 너무 다르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러니 하인즈는 프로스트노바가 조난당한 도중 마주한 눈보라와 같았을 뿐이다.
눈앞의 사람을 모두 아는 것 같지도 않았고, 아예 모르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건 프로스트노바가 질문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했다. 하인즈에게도 질문했다. 그건 자신을 채우고 이룬 질문이 넘쳐흐른 것, 튀어나온 것에 가까웠다.

'질문'은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질문은 오히려 답을 없애버린다. 눈앞의 질문 덩어리가 그저 동떨어져 보인다. 언덕을 구르는 눈덩이를 겹쳐본다. 점점 커지는 것은 위협도 슬픔도 아니다. 이 질문들에 답하지 않으면 나는 그를 안다고 할 수 없다. 아니, 애초에 그를 바라본다고 해서 알아간다고 할 수도 없지. 그의 인생에 얽힌 새하얀 족적들을 생각한다. 그치지 않는 눈이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고, 무어라 부를 수 없는 사람들이 곁을 지나고, 헤맨다. 눈의 악마는 눈 속에서 헤매어 악마이다…. 그 눈보라만이 악마들의 거처였던 것이라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난 언제나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 나는 과연 죽음을 무서워하고 있는지를.

멋대로 남의 삶을 정의하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하인즈는 또 나름의 결론을 내고 만다. 프로스트노바라는 이름엔 공포가 서렸지만, 옐레나는 분명 불안을 느꼈으리라고. 죽음을 향한 인간은 언제나 불안하리라. 죽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순간 그것은 가벼워진다. 하지만 누가 설령 그럴 수 있겠는가. 자신의 삶을 저울에 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살아남은 이들이 죽은 이의 무게를 잰다. 그것은 인류의 습관과도 같은 행위다.
그것만이 사실이다.
나는 이제 그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6:30 p.m.

하인즈는 존재 자체를 잃어가는 것처럼 가벼워진 몸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관념적으로는 무거웠다. 그의 모든 발자국을 모두 손 위에 얹은 기분이 들었다. 타인의 이야기를 본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탐욕적인 행위다설령 엿본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일들이 손바닥 위를 오간다. 모르는 이들의 표정이, 목소리가, 몸뚱아리가 하나둘씩 지나간다. 그제서야 자신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공포는 앎의 대가라는 걸 하인즈는 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엿본다.

하인즈 박사님, 로도스 아일랜드의 종합 생체 처리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진 그랬다.
PRTS는 계속 떠든다. 대꾸하지 않고 몇 초가 흩날려 사라진다. 지금 그 사탕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더 집었던 사탕이, 주머니에 남아있다. 언젠가를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웰컴 홈, 닥터.

집이라, 이런 단순한 인사말에 의문을 가지는 것도 질문이다. 그에게 옮은 것이다, 아무래도.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다. 이해해줄 사람도. 그 차분한 인사가 열어젖히는 것은 불안이었다. 언젠가 집이라는 것에 의문을 느낀다면… 나는 다른 모습일까.

그래도 미래의 하인즈는 하인즈로서 그곳에 있을 것이다. 지금의 하인즈가 결론 내린다.
문이 열리고 발걸음을 내디딘다. 또 다른 눈보라가, 삶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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