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아무것도 새로이 상상할 수 없는 현대인의 시대. 인류는 하나의 정부 아래에서 생활하며 그 법과 제도는 절대적이다. 태어나서부터 적성과 재능에 따라 업무가 결정되며, 이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정해진 직업에 따르며 살아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부에서 배급하는 도서관과 비디오실처럼 보관되어 있는 매체를 즐긴다. 모든 매체는 영상이며 그 외는 허락되지 않는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상들은 '꿈'이라고 불린다. '꿈'이라는 말의 정의 자체가 우리의 영화와 같은 것이다. 영화라는 말은 사라졌다. 이제는 몇몇 사람밖에 모르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꿈'이라는 말로 남아있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하인즈는 다른 사람들처럼 '꿈'을 보는 것이 가끔의 즐거움인 사무원이다.
어느 '꿈'이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그에 빠져버리고, 그 '꿈'을 제작한 사람을 존경하고 싶어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연히 진실을 알게 된다.

하인즈를 도와주려 접근한 관계자가 있을뿐더러, 일은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갖은 노력 끝에 문화부의 건물에 잠입하고, '꿈'을 생산한다는 그곳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는 '꿈'은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것. 꿈을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영상들은 이 정부가 세워지기 전의 인간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안락사를 택하려던, 또는 죽으려던 인간의 꿈을 그대로 기록, 보관하여 새 국민들에게 보여줄 미디어로 활용했다. 그중에는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이 시설에 묶인 채로 꿈을 계속 생산해내면서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것이 그 일.

관계자와 하인즈는 대화한다.

이전 문명 때는 하층민들이 이곳에 와 꿈을 팔았지.
'꿈'을 판다고요? 그 기록을 말입니까?
아니. 말 그대로 꿈을. 자네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원래 꿈을 꾸네. 그것은 남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야. 자신만의 상영관에서 틀어지는, 나 자신이 주인인 세계. 나 자신이 연출하고 넘나드는 세계라네.
제 상영관이라.
양질의 분량과 연출을 충족하지 못한 꿈은 상용화될 수 없어 다시 잠들어야만 했다. 옛날의 '꿈'은 '연출'이라는 틀을 쓸 수 있었는데, 꿈은 자유로워 우리가 가공할 수 없었다. 개입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연출된 세상에서 자라고 살아가는 너희들은, 불가피하게도, 꿈과 같은 무질서한 매체를 즐길 수밖에 없다고... 그가 말했지. 이 연출은 가히 성공적이었고.
'연출'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그건 감옥 같은 겁니까?
하하하! 역시 그 정도 생각밖에 못 하는군. 어쩔 수 없어. 겪어보지 않은 것을 어떻게 아나.

이 시설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 위스퍼레인은 옛 문명의 수많은 매체를 간직했던 사람으로, 그 꿈이 가장 다채로워 질이 좋다. 위스퍼레인 한 명이 만든 꿈으로 이 세계의 상영관이 1년 넘게 명목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므로 특별히 관리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몸을 바꿨는지도 의문이다.
아니- 분명 그랬다. 타의로라도.
꿈을 꾸기 위해서는 그 의식만이 필요하다. 깨어나지 못하는 위스퍼레인에게 신체의 경험은 더는 필요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래, 하인즈 자네가 이곳에 오게 한 그 작품도 위스퍼레인의 역작이지.
그럼 이 사람은 기뻐하겠네요.
왜 그렇지?
존경의 대상이 된 거잖아요. 저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르지.
어째서죠?
잠들어있으니까.
꿈이라는 것은… 잠들 때 나오는 건가요.
자네는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서도 모르겠군.

이것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기계에 누운 이름뿐인 여인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무의식이고 꿈이고 지금 설명을 들을 시간이 없어요. 저는 그녀를 깨우고 싶습니다.
그렇게 했다간 사형일세. 자네가 여기까지 들어온 것도 내 덕분인데, 그 뒤로는 책임져주지 않아.
저는 듣고 싶습니다. 이 사람은 어떤 세상에 살았고 무엇을 '연출'한 건지.

그러니…



"일어나세요."

"…"

"박사님, 박사님!"



3:17 PM. 박사의 집무실.



"아… 위스퍼레인 씨?"
"박사님,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으셔서…"
"다행이네요, 앞에 있어서…"

간신히 잠에서 깬 하인즈의 첫마디에도 위스퍼레인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앞에 계속 있었어요."
"미안해요. 그 얘기가 아닌데... 아, 잠깐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위스퍼레인은 하인즈의 손이 닿는 거리에 물컵이 있음을 보여주듯 손짓하고, 한 발짝 물러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인즈는 다시 한번 꿈의 내용을 떠올리다, 기억나지 않는 장면의 퍼즐을 맞추며 정리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꿈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꿈을 꿨어요. 위스퍼레인 씨가 나왔어요."
"박사님이 꿈을 꾸다니… 의외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떤 내용이었나요?"
"글쎄요… 꿈을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라, 정리하려면 조금 걸릴 텐데. 아니면 앞뒤가 맞지 않아도 괜찮나요?"
"꿈은 항상 그렇잖아요."
"아, 그렇죠."

물을 마신다. 목에 물이 넘어가는 것, 고개를 젖히는 것, 손에는 물방울이 맺힌 컵이 닿아있는 것. 모두 꿈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꿈속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있던 위스퍼레인보다, 지금 이 눈앞에 있는 위스퍼레인이 더 선명하다고.

"아, 문득 느꼈는데…"
"네."
"저는 생각보다 위스퍼레인 씨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네요."

이 꿈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나면, '그런 내용의 영화는 들어본 적 없어요'라고 말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위스퍼레인의 푸른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새로이 상상할 수 없는 현대인의 시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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