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꿈과 시간의 상대성은 재밌죠. 아무리 긴 꿈이어도 일어나보니 한순간의 잠이었을 수도 있고, 순식간에 꿈이 지나갔더라도 사실 아주 오랫동안 잠들었을 수도 있잖아요. 이 현실이 아주 기나긴 꿈이라 묻는 것은 상투적이니 다른 질문을 해볼게요. 그런 질문은 이미 수많은 철학가와 영화감독들이 이미 해놓았죠. 저희가 결론을 낼 필요는 없어요.

아무래도, 박사님은 이것이 꿈이어도 그대로 살아갈 것 같으니까요...

 

하인즈는 최근 간만에 신나보였다. 위스퍼레인은 그의 들뜬 모습이 곧 어떤 질문을 이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항상 그러했으니까.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과가 전부인 그에게는 타인에게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얻어 응답자의 생각을 유추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다. 그 발로 뛰는 일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빈약한 남자를 안쓰럽게 여겼는지 맞춰주는 직원도 있는가 하면, 가볍게 무시하고 떠나는 직원도 당연히 있었다.

 

보통 맞춰주는 사람 중 하나가 위스퍼레인이다.

 

최근의 하인즈는 위스퍼레인의 꿈에 대해 캐내듯 물었다. 처음 꺼낸 꿈 이야기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라 하면, 스몰토크 주제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 순간 적막이 어색했어서.

 

하인즈는 꿈에 등장하는 것이 분명 위스퍼레인의 어떤 무의식을 반영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얘길 같이 해주는 오퍼레이터는 함선을 뒤져보아도 얼마 없지 않냐며 위스퍼레인이 불편한지 몇 번이고 물었다. 곤란하다는 생각보다 이번엔 맞춰줄까, 재밌어하시니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어, 가끔 이야기를 나눴다.

 

...박사님의 꿈은?

 

위스퍼레인의 입장에선 신중하게 입을 뗀 것이었다. 하인즈는 자신은 꿈을 잘 꾸지 않아 모르겠다며, 가끔 오퍼레이터들이 나와 꾸중을 듣는다거나, 자신이 그들 대신 전투를 하는 꿈 정도라고 답했다.

 

솔직히, 위스퍼레인 씨의 꿈 얘기만 하는 것은 지루할 것 같아요.

그럼 이런 얘길 해봐요.

평생 하나의 꿈만 꿀 수 있다면 어떤 꿈을 꾸고 싶어요? 

 

그는 항상 불가능한 일에 대해 묻는다.

보통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 극단적인 일.

그 현실적인 사람이 왜 그럴까 싶어지곤 한다(그래서인지 오퍼레이터들은 때로 하인즈의 기행에 대해 토론했는데, '엉뚱함', '나름 귀여움'. '쓸모없음', '의외임', '재밌음' 등의 의견이 오갔다. 역시 설문 조사가 크게 의미 없을 법한 집단이다).

 

하나의 이야기만 본다는 건 너무 끔찍하잖아요. 그럴 일은 없어요... 

불가능한 일을 가정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렇겠지만...

 

위스퍼레인은 대답을 망설인다. 

그의 가정법은 만약보다 분명을 전제하고 있다. 선택지 중 하나는 무조건 답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그는 명확한 답을 바란다는 게 가끔 막막하게 다가온다. 결국은 대답을 유보했다. 다음에 생각나면 말씀해드릴게요...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신중히 골라야 하잖아요...

아, 그렇죠. 저도 생각해올게요.

 

복도로 나서며 위스퍼레인은 하인즈가 계속해서 타인에게 질문하는 것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가설을 떠올렸다(그녀는 이전에 오퍼레이터 끼리의 설문에서 '의외임'이라고 답했었지만, 더 생각해보고 싶었다).

 

1. 그는 아직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타인을 아는 것이 아닐까.

2. 그의 신중하다가 풀어지곤 하는 점은 헤엄을 치는 것과도 비슷하고, 그렇다는 건 다가온 물살의 차이일지도 모르고,

3. '박사'라는 직책에 주어진 수많은 변수들이 그를 변덕스럽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4. ...맥거핀 같기도 하다. 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순식간에 맥거핀이 되곤 한다. 스스로도 그럴까.

5. 그것도 아니면 퍼즐을 맞추면서 끊임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 조각에 대해 묻는 것과 같다고.

 

저는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영화관에 앉았더니 광고가 끝나지 않는데 그게 알고보니 영화였다면 어떨까요.

 

그 말,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지금 그런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말 그대로 당황스러운 사람.

...

바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뭐, 그를 분석하는 것도 나름의 소심한 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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