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오는 날 썼던 아래의 타래를 말랑님께서 만화로 그려주셨습니다.
로도스에 첫눈이 오면 위스퍼레인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어린 아이들이 있던 치료소. 하인즈도 박사로서 그곳에 자주 들렀는데, 그녀가 아이들의 머리맡에 꽃을 놓아달라고 종종 부탁했기에 더 시간을 보내다 오곤 했다. 그녀는 나갈 수 없는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그곳에 있었다.
-이전에는 꽃을 전해달라고 하고 치료만 하다 나섰으면서. 많이 친해진 모양이네요.
-오래 지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다들 위스퍼레인 씨를 좋아할 거예요... 당신이 말이 적어서 아이들도 덩달아 조용했다고 하지만, 챙겨준다는 건 손길로 느껴지잖아요.
그녀는 머쓱했는지 말을 돌린다.
-박사님이 절 몰래 좋게 이야기해주신 건 아니고요?
-맞는데요.
그는 덤덤하게 대답한다. 그녀는 순간 놀라 크게 움직였다.
-종이접기는 블레이즈가 도와줬고, 음식은 굼이 신경썼고, 여기 있는 꽃들은 위스퍼레인 씨가 놓아달라고 했다고 말했어요.
-박사님...
-사실이잖아요.
로도스가 이동하는 동안에는 멋대로 멈추거나 내릴 수 없었다. 많은 도시와 세력이 재앙을 피해 이동하는 것을 택했고, 로도스도 끊임없이 움직이곤 했다. 눈이 온다고 밖으로 나가 눈사람을 만든다거나 눈싸움을 하는 건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안전권이 아니라서 무리일텐데...
그는 몇몇개의 창문 밖을 바라보는 오퍼레이터들과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그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멈추고 싶다고 생각하셨나요.
-재앙 때문에 폭설은 몇 번이고 마주할 수 있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내리는 눈은 처음이니까요. 그럼 다들 직접 보고 싶기도 할텐데.
-박사님도 그런가요?
-그걸로 즐거워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니까요. 여기 아이들도 그렇고.
-아뇨... 박사님이 눈을 좋아하는지가 궁금했어요.
이번엔 그가 놀랐다는 듯 대답에 뜸을 들인다.
-그러게요.
그녀의 시선을 피하는 일도 별로 없었는데 말이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여긴 눈을 같이 봐줄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녀가 미소지었다.
-제게는 로도스에 적응돼서 달라졌다고 하시더니... 박사님도 그런 것 같네요.
그도 따라 살짝 웃는다.
-하하. 이거 한 방 먹었네요. ...네. 예상하신 대로가 맞겠죠. 로도스는,
아이들이 창문에서 떨어져 둘에게 다가온다. 짧은 대화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그는 말을 끊고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맞았다. 아, 블레이즈 씨는 지금 다른 곳에 있어요. 기다릴 수 있죠? 대신 오늘 사진 찍어줄 분이 오시는데... ...
역시 그에게 표정이 많아졌다고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다음에 또 상냥한 눈이 내리면, 다들 직접 마주할 수 있길. 그 자리에 서서 바랐다.
로맨스 영화를 보고 하는 대화 (0) | 2022.01.26 |
---|---|
케이크와 맥주, 그리고 혈액팩 (0) | 2022.01.14 |
막간(cast. H&W) (0) | 2022.01.14 |
손에 대하여 (0) | 2022.01.14 |
이오네스코식 죽음 로망 (0) | 2022.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