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로도스-씨네마 각본 공모전 출품작 [케이크와 맥주, 그리고 혈액팩]

 


트레일러: 이 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길거리에 시체가 누워있어도, 칼부림이 벌어져도, 옆집에 사는 사람이 일주일마다 바뀌어도. 그리고 그런 사람들도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다 잊고 마시자!


-저기 저 여자, 링거... 아니 혈액팩을 물고 있는데요?
-멍청아, 그걸 신경쓸 때야? 위스키나 가져와!


아, 크리스마스 기념 폭죽 말고 섬광탄은 알아서 피하시길. 이 거리는 뒷처리도 아무도 안 하니까요. 아니, 단 한명이 하거든요.

 



영화는 크리스마스 이브, 모건의 거래자 팬텀이 그녀의 집 문을 박차 들어오며 시작한다. 받기로 한 물품을 아직까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서면 단란한 가정집의 풍경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따스하고, 안전해보인다. 칠면조와 미트파이, 빈티지한 크림 케이크, 레드와인과 맥주캔 몇 개.

당장이라도 앉아 식사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모건은 트리 앞에 앉아 뭔가를 매다는 중이다. 카메라가 움직이면, 주렁주렁 혈액팩이 매달려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미니벨과 선물, 별 장식이 아니다. 집중하느라 팬텀이 들어온 것도 모르나 싶었는데, 뒤돌아보지 않고 말을 잇는다.

-파티에 올 사람은 당신뿐이었는데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지금 이 동네 시끄럽지?


슬럼가를 배회하며 살아가는 뱀파이어 모건. 그녀는 많은 일에 손을 벌리며 이 거리의 해결사로 자리잡은지 오래였다. 해결사라기보단 청소부에 가깝다고 정정하자. 이쯤에서 눈치채겠지만 이것은 B급 영화다.

-물건을 받으러 왔다.


모건은 엉거주춤 일어나 트리의 맨 위에 단검을 장식하고는 팬텀에게 다가온다. 와중에 스위치를 누르자 작은 조명들이 반짝거린다. 혈액팩의 비닐 표면이 빛을 반사한다. 실로 괴랄한 트리다.


-아니, 하루 남지 않았어? 분명 크리스마스가 거래일 아냐?
-어제 무전을 보내지 않았나?
-뭐~어? 크리스마스 이브엔 마피아도 쉰다고! 너 크리스마스 휴전도 모르는 바보야?
모건이 진심으로 어이없어하며 혀를 내두른다. 그러다가는 팬텀에게 다가와 코트를 커튼마냥 열어제낀다.
-그럼 파티까지만 하고 쉬었다 내일 물건 줄게! 아니면 한 번만 하게 해줘!
-하긴 뭘 하나. 대금은 이미...
-아니아니아니. 그런 의미도 맞는데, 피를 먹게 해주면 고맙겠어. 이미 몇몇 먹었는데 이 동네 사람들이라 맛이 없더라고. 알콜 맛이 나.
-그건 컨셉인가?
-너 내가 뱀파이어인거 모르고 거래하는 거야!? 너네 조직에서 이 혈액팩 구해다줘서 내가 약 주는 거다?

그렇게 팬텀과 모건은 뒤치닥거리며, 결국 파티는 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술 취한 동네 사람들과 원한을 가진 다른 조직이 몰려오고, 설상가상으로 모건의 전남친까지 찾아오며 파티고 뭐고 모두 망치게 생겼는데... 거래를 하기 위해 모건을 지키게 되어버린 팬텀의 기구한 액션을 감상하시라!

.
.
.




팬텀: 기각.
모건: 어째서?!
팬텀: 그리고 이 원고는 절대 하인즈 박사가 읽지 못하게 해라.
모건: 뒷이야기는 안 읽을거야? 대충 중간부터 내가 팬텀과 *검열* 그리고 *검열* 자세로 *검열* 할 건데...
오키드: 생각이 있는 거야?! 로도스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위의 B급 영화, '케이크와 맥주, 그리고 혈액팩'은, 모건이 로도스 각본 공모에 제출했던 시놉시스의 요약이다.
이번 연말을 위한 로도스 홍보용 영상 스토리보드, 사내 여가용 자체 컨텐츠 기획서나 시놉시스, 하인즈가 특별히 주관하는 시네필동아리를 위한 건의서 등을 공모할 수 있는 대회였다.


모건: 그보다 팬텀은 왜 심사위원에 포함된 거야? 배우 아냐?
팬텀: 대답할 가치도 못 느끼겠군.
스팟: 적어도 전체이용가여야지. 아동만화는 아니더라도.
오키드: 그래! 로도스에 어린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모건: 정말 피곤하다니까~ 그럼 불태우든 말든 맘대로 해~
스팟: 음, 차라리 다른 공모를 찾아보라고 할 걸 그랬나.
팬텀: ...이런 것만 받아주는 공모도 없을 거다.
스팟: 앗, 방금 그 사람 사라졌다.
오키드: 하인즈 박사가 '심사는 이 사람이 적성이다'라며 데려왔었는데.
스팟: 솔직히 완전 하기 싫은 얼굴이던데, 박사가 어지간히 잘 구슬렸나보지.

...
결국 연말 로도스 홍보 UCC는 크루스가 건의한 '직원 복지정책 홍보 기획'으로 추진되었다고 한다.
하인즈의 영화 동아리는, 앞으로도 험난한 길을 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심사에 앙심을 품은 모건이 크리스마스 날에 정말 링거 팩을 매단 트리를 함선 한가운데 설치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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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hé 케이크와 맥주, 그리고 혈액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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