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30분

 

하인즈가 잠시 갑판에 바람을 쐬러 나간 30분. 감시 카메라로 그곳을 지켜보던 오퍼레이터는 위스퍼레인 또한 옆에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뒷모습만 보였다. 무슨 얘길 했을까? 친한 두 분인데, 밀회도 아니고 말야.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돌아온 하인즈에게 물었다. 담소 나누고 오셨나요?
-아뇨.
-어... 그 30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요?
-네. 문제될 것 있습니까?
하인즈는 그렇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업무를 시작했다. 그 오퍼레이터는 앉아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계속 이어갔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미스테리

죽고, 죽고, 죽고, 죽고, 이윽고 또 죽는 여자.
이 여자는 매일 내 방에 들어와서 죽는다. 그렇게 설계된 것처럼. 그 시체를 버리는 짓도 포기했다. 다음날 새로운 여자가 온다. 또 죽어버린다. 나는 가끔 죽인다. 그녀가 스스로 죽지 못해 괴로워할 때.
31일. 오늘부로 31구의 시체와 눈을 뜨고 있다.

# 한달째_드림캐를_죽이는_꿈을_꾸고있다 
이 해시를 보고 떠올렸던 하인위레에요. 하인위레라면 꿈이 아니라 정말 물리적으로 살인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미스테리든 공포든 설령 코미디가 되든 상관은 없고... 하인즈의 그런 독백으로나 시체가 쌓인 방에서 시작하는 예고편.

 


목소리

 

위스퍼레인이 부르면 바로 돌아보게 되는 하인즈 시끄러운 함선에서 차분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오히려 존재감이 커져 너무나도 소리가 많은 세상 속에서 그의 소리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돼 그 차분함과 일관됨이 그곳에 존재해서 그러니까 위스퍼레인의 속삭이는 듯한 그 목소리와 이름이 좋아

하인즈가 그의 목소리를 더 잘 기억하고 있다면 그런 이유겠지 깨어나서부터 이리저리 정신 없는 일이 더 많았는데 그 목소리가 있으면 어쩐지 다른 것은 차단되어버리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차분하다 못해 억양이 바뀌는지도 헷갈리는 문장을 기억해


플레이백


플레이백, 플레이백. 잠시 그 단어에 대해 생각한다. 위스퍼레인이 중상을 입은 날, 하인즈는 모든 일을 끝마치고 나서 오퍼레이터들과 남겼던 짧은 영상들이 담긴 테이프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사라지면 나는 이것을 돌려보겠지. 차라리 남기지 않는 게 좋았을까 생각하면서. 정지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플래시백. 깜빡거리는 생각이 들리는 것만 같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 나를 공포에 몰아넣을 수 있을까? 아니, 애시당초 이것은 공포인가? 피곤한 몸을 누이지도 못하고 점멸하는 생각을 마주한다. 전투에서 사상자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걸 알고도 싸우는 거라고.


...위스퍼레인은 외근 임무에 자주 나가지도 않을 뿐더러 나가봐야 후방 지원의 메딕이다. 그러니 원래대로라면 이런 일은 없을 텐데. 생각하지 못 한 가능성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나라는 말이 계속 뒤따른다. 하인즈는 평소의 자신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또 시작이군.


더 가까운 몇몇 오퍼레이터들을 아끼게 되었다는 사실을 마주하면 그는 딜레마에 빠진다. 지금과 비슷한 생각을 위스퍼레인에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나, 이 단어가 그만 이어졌으면 했다. 오늘은 왜지? 하필 그녀라서? 예상대로의 전투가 아니었어서? 부상자가 너무 오랜만이라서?


이제는 그만 잠들고 싶다. 나 자신의 딜레마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그러면 재생 버튼. 다시 플레이백. 남긴다는 것에 대한 독백. 로도스를 위해서라면 참으로 의미 없는 장면이겠지. 의미 없는 재현의 연속을 바라보면서, 하인즈는 그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 시간 또한 언젠가 돌아오리라.

 


 

로도스에는 선함을 추구하는 오퍼레이터들이 많다. 그들은 하인즈가 선한 사람이길 바라며, 때로 악해지지 말라 당부한다. 선악의 구분에 대해 묻는다. 아니, 악에 대해 말한다. 선善은 너무나도 먼 개념이라서 악을 먼저 말하는 걸까? 하인즈는 자신의 선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네 의사를 좌우하려는 의도를 지닌 말은 경계하도록." 켈시는 말했지만, 뒤에 이어지는 말대로, 하인즈에게 그런 말에 대한 상담은 필요 없다. 하인즈는 선악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을 재단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경계에 대해 묻는다. 선의 기준은? 제가 어떤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요?

'착한 사람'이기 위해 그어야 하는 선線은 무엇이고, 어떤 형상을 이루고 있는지. 그건 한붓그리기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함선이 향하듯 진로를 설정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니다. 그래서 하인즈는 자신에게 묻는 사람들에게 되묻는다. 당신의 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혹시 박사가 나쁜 사람이 된다면, 분명, 굉장히 나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해."
"악인을 없애 주면...... 아무도 난처할 것 없고, 다들 한시름 덜 거 아냐?"
그런 말들.
흔들리는 자와 고민하는 자의 공통점은 걱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흔들리는 자들이 어느 선 위에서 떨어지는 것을 걱정한다면, 고민하는 자들은 선을 그을 줄 안다. 그러기 위해 고민한다.
사실 걱정할 필요 없다. 
하인즈는 직접 선을 긋는 사람이고, 그의 선은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

 


 

딜레마

 

"트롤리 딜레마를 비롯한 파생된 수많은 딜레마 문제들이 실제로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되는군요."
"박사님, 트롤리 딜레마는 제시된 이래로 실존하지 않는 사람을 약 31.4억명 죽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프틸롭시스, 그 데이터 정말인가요?"
"아닙니다."
"거참"
"31.4억명이라면 이는 지금까지 라이타니엔 교육기관 물리학 예시 문제가 죽인 원석충의 개체수를 30배 이상 뛰어넘는 값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말이죠."
"본 계산은 흥미롭군요."

"박사랑 프틸롭시스 뭐 하는 거야?"
"저게 학위소유자들 농담인가..."
"카프카, 빨리 박사한테 큐브 줘"
"초등학생이냐"

 


딜레마2

 

"다들 왜 그렇게 암울한 표정으로 휴게실에 앉아 계시죠?"
"박사님, 마침 잘 오셨어요. 시간 때우는 법 좀 알려주세요."
"저희 다음 교대 시간이 붕 떠서 멍 때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요?"
"그냥 앉아서 할 만한 걸로요. 박사님이라면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퍼즐로 하죠."
'뭔가 불안한데.'
"참말만 하는 리베리와 거짓말만 하는 에기르가 사는 지역에서 A, B, C가 자신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A는 모두가 에기르라고 했으며, B는 자신들 중 한 명만 에기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C는 리베리일까요, 에기르일까요?"
"저기요, 박사님?"
"오늘 안에 정답을 맞추시면 하루 휴가를 드리겠습니다."
"어라라."
"꽤 유명한 퍼즐이라, 지나가는 오퍼레이터 10명을 붙잡으면 한 명은 힌트를 줄지도 모릅니다."
"교대 시간 10분 남았거든요."
"네, 힘내세요."
'그렇게 가는 거냐고!'

 


하얀 연인

 

기념품을 사오는 마음을 좋아한다 어딘가에 다녀온 것이 아니라도 다시 만날 서로를 위해 남겨둔 과자 한 박스 같은 것을
각기 다른 곳으로 외근을 다녀온 하인즈와 위스퍼레인.
약속한 것처럼 교환한다
그 과자를 하나 입에 넣으면 가볍게 부서지는 소리는 당신이 없는 방에서 어쩐지 크게 들려
하인즈는 선물받은 것을 버리지 않고
우연히 기억하는 그 과자의 출신지로 가게 되면 같은 과자를 다시 사온다 그렇게 하고 나면 부스러기 같은 기억이 여전히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다음은 돌려주는 것이다 기억을
당신의 것이라고 말한다

 


존재

 

로도스 부서들에선 가끔 물건들의 무게를 잴 일이 생기는데, 너무 많은 물류 입고와 실험이 오가기 때문에 극히 가벼운 물건들을 측정하다 저울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원시적인 저울을 꺼내 추를 올려야 하는데, 이것도 급한 순간엔 어디로 갔는지 찾기가 애매해진다. 그럼 좀 일해봤다 하는 오퍼레이터는 하인즈를 찾아가 존재에 관련된 모 철학서를 빌려온다. 그 책의 무게는 정확히 1킬로그램이라 예로부터 사람들이 저울추 대신 썼다는 것이다ㅡ특히 전쟁 시대 이후에 말이다. 조금 낡은 그 책은 가끔 무역소에 있다가 하인즈의 집무실로 돌아간다.


"박사님, 죄송합니다. 좋아하는 책이라고 들었는데..."
"아뇨, 괜찮습니다. 내용은 다 알고 있고,"
'알고 있냐고'
"(체념하듯) 이 시대에 철학책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도 힘들죠..."
"박사님ㅡ!!!"

*장 폴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 얽힌 일화를 차용함.


 

스테인드글라스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종교적인 미가 있다. 이베리아에서 온 위스퍼레인은 성당의 풍경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성당은 언제나 숭고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지어졌다. 천국, 때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 존재하는 그곳에 대해... 하인즈는, 높이의 비례를 기억하느냐고 물을 뻔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때로 기하학의 예시이고, 성당의 미학은 1:1에서 2:3의 비율을 따른다나... 폐쇄적인 이베리아의 건축에 대해 알고 싶어 적지 않은 사비를 들이고 있는 하인즈가 할 법한 생각이다. 하지만 건물을 보며 비율을 계산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위스퍼레인의 시선은 그런 방향이 아닐 뿐더러... 그 신비함이나 분위기에서 나타나는 풍경을ㅡ아니, 오히려 신도들의 표정을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기억할 것이다. 그럼에도 건축적인 미를 이해시키고 싶던 하인즈는 '인체의 비례미와 건축의 비례미는 비슷하다'고 말한다. 하인즈를 이해한다. 마치 그림을 그려보는 것과 같군요. 하지만 위스퍼레인은 궁금했다. '하인즈는 빛 아래 선 순례자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그것을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을 알기 위해서 창가에 하인즈를 세워볼 수는 없었다. 그러면 태양광의 각도를 신경쓰고 있을 꽉 막힌 사람.

'그렇다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항해가 테라를 위한 순례라고 비유하면, 분명 긴 대화가 시작될 거야...' 위스퍼레인은 언젠가 하인즈를 이해시키고 싶다(그건 기억 속 스테인드글라스의 비율을 떠올리는 것보다 어려울지도 모른다).

 


형이상학

 

그녀는 'tade ti'인가? 그녀가 로도스에 존재하는 것은 '우연적'인가? 그런 물음을 대입하고.
-사람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일 수 있을까요, 위스퍼레인. (그는 이 사라짐이 사라짐인지 정하는 것을 잊었다.)
인간의 형상이 변하면 영혼도 변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고는 그 어리석음에 웃음짓는 남자.

하인위레가 이 둘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위스퍼레인이 하인즈의 논리에 허점을 만드는 변수라는 점이죠. 꼭 그녀여야만 그런 것도 아닌데, 더 자주, 더 명확하게... 선명한... 그런 대상.

 


전시장


하인위레의 전시 관람... 위레는 혼자 조용히 감상하고 나오는 걸 좋아할 것 같은데 하인즈가 옆에서 눈치없이 도슨트 듣자고 해서 쪼르르 설명 동선 따라가는 모습이겠지요... 하인즈와 얘기하고 싶었다면... 
전시장을 나오는데 비가 와서 잠시 멈춰서게 된다면, "사실은 같이 돌아보고 싶었어요." "그럼 비가 그칠 때까지 한 번 다시 볼까요." 그렇게 그때서야 둘의 시간일까 하고. 눅눅한 날의 그림을 걱정하며 지나는 두 사람의 작은 목소리를 상상해요

 

하인즈와 위스퍼레인은 도슨트에 어울리는가 상상했을 때 전시 얘길 했는데, 둘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둘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관찰자 입장을 스스로 편하게 여기고 또 그렇게 자리잡고 있음이라.
위스퍼레인은 평론을 쓴다는 이야기 때문에 제 안에서 관찰자이며 하인즈의 세계에선 배우가 되는 영화적 해석이 있어서 때때로 그러합니다... 하인즈는... 관조하는 것 같다가 행동하는 사람이겠거니 해요. 오랜 관측과 확신 이후에야 나설 수 있으니 오래, 일부러, 관찰자의 선을 넘지 않는 태도.

 


영혼

 

하인즈와 영혼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 있는데... 하인즈라는 사람은 영혼을 믿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철저한 비유가 아니라 자신의 말로 쓴다면 그 계기는 위스퍼레인이었으면 한다. 영혼은 수많은 비유ㅡ제멋대로 써먹은 보조 관념들로 떠다닌다는 것이 하인즈의 생각일텐데, 그걸 이해하지 못 하는 게 아니다. 영혼이라는 것이 원관념인 순간에 그러하다. 하지만 그의 끝없는 자아탐구가 결국 그곳으로 이끌리는 순간은 오리라... (그런 예측)

이건 아무래도 위스퍼레인이 단 한 번도 영혼을 논한 적 없는데 어느 순간 그의 영혼과 영혼의 정의를 궁금해하다 멀리 가버린 하인즈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위스퍼레인에게 묻기 전까지 하인즈가 몇 번이고 떠올린 답 여럿. 그것은 사실 하인즈의 영혼의 흔적일 텐데도. 마침 영혼은 과학적으로 존재함/비존재함 모두 증명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해서... 그게 하인즈 관점ㅋㅋ 타인의 영혼의 정의를 빌려 채택함이 그의 사전에 적힌 영혼이겠지요(<>위레의 영혼은 다분히 감각적) 사실 본인-자아-을 이루는 것은 쌓아온 데이터라 생각하는데 본인의 영혼도 그렇다고 할 듯

 


과학과 인문학

 

통칭 이과-과학적인 세상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에서 오히려 인문학이 발견되는 순간들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하인즈의 인류애나 선의는 거기서 나오는 거라고 봅니다 갑자기 개연성 얘긴가 싶겠지만... 인류의 역사에는 쌓은 기술도 얽혀 있고 그게 진화의 과정이었음에 어쩔 수 없이 서로 통하죠


하인즈와 오퍼레이터들이 서로 달라도, 또는 하인즈의 이 독특한 성격이 어려워도 로도스에 녹아 있다는 건 그런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인류라는 카테고리 안에서/같은 종이라는 인식 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이 좋고... 명방에 나오는 '적이어도 인간이며 인격체'라는 느낌을 주는 장면들도 좋아하고요


각자의 삶과 배움에 상관 없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는 순간이 좋다는 뜻이에요 (갈수록 제 드림계가 명방-스크립트식 말하기 같음ㅋㅋㅠ) 이래저래 명방을 플레이하며 느끼는 저도 있지만 하인즈는 학문 속에서 기존의 경험을 곱씹는 일이 많지 않으려나 했습니다

 


하인즈의 영화 각본

 

우선 이전에 재현 시리즈로 올린 'White on White' 기억나시나요? 그런 느낌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 영화도 그렇고 하인즈도 그렇고 '재현'이라는 현대 예술의 문제의식을 따르죠. 하인즈는 어떤 잔혹한 현실이라도 외면하고 떠날 사람은 아닙니다. 애초에 하인즈라는 사람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실주의'를 가운데 놓고 시작했고요. 거기서 약간의 영화적 가공이 들어갑니다.

현실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절제된, 프레임 속의 진실을 보여주고 싶을 것 같아요. 정확히는 재현되어, 진실과 맞닿은 어떤 허구. 그를 통해 현실을 강제로 바라보게 하는 것을요.
각본의 대사가 문어체스럽다는 느낌이 들 것 같은데 그 배경과 흐름은 딱 와닿을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이런 내용이니 최대한 와닿도록 미장센에서 상징 요소는 줄일 것 같고.
그 각본을 읽는 위스퍼레인은... 잠시 리딩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부탁에 받은 걸지, 가장 먼저 그녀에게 보여줬을지 모르겠지만ㅡ 하인즈는 위스퍼레인이 육성으로 대사를 읽어주길 바라고 건넸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글을 쓰고서 직접 읽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대사라면 어떤 톤으로, 어디에 휴지를 넣으며 읽는지도 생각해야죠. 그러니 위스퍼레인의 작고 분명한 목소리가 하인즈에게는 필요했겠죠... 막상 위스퍼레인은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면 서글프겠다고, 잠시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첫사랑

 

-하인즈 박사님. 첫사랑 얘기해주세요
-있어야 말을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없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위,
-위스퍼레인...?!
-위상수학 분야에서 게오르그 기반 이론 논문을 읽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죠... 그에 배움이 부족함은 부끄럽습니다만. 아, 뭐라고 했죠?
-하 됐어요... 일이나 보세요

 


이해


'완벽한 이해자는 없다'는 말에 동의하는 서로라면 완벽한 이해자일 수 있을까요? 기묘한 가설...
하인즈는 '이해'라는 추상적인 것에 '완벽'을 수식하는 건 사람들의 바람일 뿐이라고 해설한다(본인 딴에는, 길게 말하려다 참았다). "자신 또한 자신을 오롯이 이해할 수 없는데도요." 위스퍼레인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걸 바라다 보면 이해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또 바란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믿는 것 자체가 '이해'의 과정이다. '이해'에는 닿을 수 없지만, 그 과정을 그렇게 이해해도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인즈와 위스퍼레인은 전혀 완벽하지 않은 이해의 상대. 완벽하지 않음을 알아서 어느 정도에 머무를 수 있는, 그정도가 좋은 타인이다.

 

 

다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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