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박사와 수르트는 어색하다. 하인즈는 수르트의 기록을 통해 먼저 그를 접했다. 아니면 함께 임무를 다녀온 오퍼레이터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광석병의 영향으로 발병한 결핍성 기억 장애. 그것을 진단명이라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둘은 그닥 잘 맞는 성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잘 맞아 보인다면 그건 그 순간 서로를 방치하거나 옆에 존재하는 토템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와중에도 하인즈는 수르트와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의 공통점을 가지고 말을 하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인즈는 자신과 수르트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했고, '온전하지 않은 기억을 가짐'이 그것이라 결론내렸다. 수르트의 기록 중 하나를 보면 '그녀의 머릿속에는 다량의 혼재된 기억이 있'다. 하인즈는 그로부터 나아간다.
단서들이 품 안에 존재하는데 아직 신뢰할 수 없는 것과, 바깥의 단서가 자신에게 와닿지 않는 것 중 무엇이 더 곤란할까? 무엇이 더 개인에게 나은 상황일까? 이건 수수께끼가 아니라 주관적인 질문이었다. 어디에도 답이 없을 질문.
수르트의 기억 속에 있는 미개척 지역을 지날 때 운좋게 하인즈는 같이 내렸다(함선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은 본인의 자유지만 하인즈는 보통 일을 우선했다). 이 지역에는 직접 내려갈 명분이 있었다는 거다. 그동안 하인즈는 수르트에게 기억에 관한 몇몇 이야기를 꺼냈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다 질문했다.
-저희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죠. 당신이라면 어떡할 건가요?
-뭐야? 그럴 시간에 움직여서 하나라도 더 찾아야지.
-제가 아직 그 단서들에 닿을 수 없음을 알아도요?
-당연하잖아. 가만히 앉아서 누가 알려주길 기다릴 거야?
하인즈는 자신은 평소에도 충분히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반박하진 않았다.
-이제 혼자 좀 돌아다닐 거야.
-네. 시간 안에 돌아오고, 무엇이든 생각이 나면 말해요. 대화는 기억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들 듣고 싶어서 안달이긴 하지.
그저 함선 바깥으로 나가며 앞을 보았다. 모르는 장소가 펼쳐져 있었다. 기억 속의 장소이자 기억할 장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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