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나메님

 

 

 

 

자막이 없는 영화를 보자고 했다. 사실은 한 영화를 보자고 했더니 공용어 자막이 없는 거였다. 하인즈는 시간이 없어 위스퍼레인에게 먼저 보고 감상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런 일이 자주 있었으니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자막이 없어서,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하인즈가 괜찮다며 말한다.

"영화는 대사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잖아요. 영화의 언어를 기억해요. 영화의 몸. 카메라, 시네마, 소리, 페이드아웃... 모르는 언어로 흘러가는 대사는 신경쓰지 말아요. 당신이라면 알 수 있을 테니까."

위스퍼레인은 하인즈가 숙제를 내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박사님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님을 말하고 싶었겠지. 아니, 내가 영화를 이해하는 다른 방식을 알아내길 바란 거겠지.

영화의 언어. 영화의 몸. 위스퍼레인은 처음 듣는 말을 곱씹는다. 그날만은 상영실이 처음 와보는 나라의 처음 본 기차역처럼 느껴졌다.

계속 생각하며 보면, 다르게 보였다. 무어라 말하는지 하나도 알 수 없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어디선가 들어본 인삿말, 아듀. 작별 인사만을 들었다. 영화의 누구든 작별한다. 다른 인물로부터? 시네마로부터? 이 세계로부터? 스크린에 걸어들어간다. 점점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모르는 말이 오갈 때, 그 말들과 상관 없이 스크린 속의 장면은 나아갈 때, 위스퍼레인은 함께 걷는다. 음악이 바뀌고, 깡통 차는 소리가 나고, 벽을 긁고, 부딪히고, 종소리가 울리고, 화면은 어두워지다가, 흔들리다가, 잠시 물 속의 모습이 되고, 반짝이고, 천천히 나아가고,

그때 위스퍼레인은 영화의 언어를 번역한다. 

"당신은 누구보다 영화에 가장 잘 녹아들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렇게 하인즈는 나를 스크린에 밀어넣었다.

영화가 끝나간다. 남자가 아득하게 외친다. 몬 아모르, 아듀, 아듀! 여자도 울며 외친다. 

아듀! 
모든 것과 작별하는 순간.

위스퍼레인은 상영기의 빛을 온몸으로 맞으며, 함께 외친다. 아듀, 아듀. 길을 찾았는데 끝이 없는 것처럼. 바다에 반지를 떠내려보내는 것처럼. 위스퍼레인은 슬펐다. 영화를 떠나보냈다. 울었는지 몰랐다. 그러나 작별이 태어날 때 처음 하는 말은 '아듀'가 아니라고, 하인즈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니 하인즈, 당신의 작별 인사를 듣고 싶어요."

영화 속 배우의 입술에 손을 댄다.

...
자막이 될 수 없는 말은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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