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 치정극

남자는 말할 수 없는 마음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여자는 말할 수 없는 마음이야말로 진실하다고 생각했다.

 

 

01

오틸 님

 

 

옆집에 들어온 남자는 세를 놓아준 집 사람들과 마작을 치면 혼자 모두 이겨버려서 일부러 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영화를 보는 게 취미라며 나돌아다녔다. 복도 의자에서 신문을 읽고 뭔가를 적고... 출근과 퇴근을 제외하면 같은 루틴. 그와 처음 대화한 것은 신문과 잡지를 빌려주면서였다.

 

접어둔 부분이 있던데 이 기사를 좋아해서 그런 건가요? 소설도 있던데요.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이 처음 알려줬던 잡지인데, 읽다 보니 재밌어서... 
(그는 흥미로워한다) 
어쩐지 외국 잡지를 가지고계신다 했더니, 출장을 다니시나보네요.
네. 그래서 혼자 있죠...
저도 관심이 많아서요. 싱가포르 잡지라니 귀하네요. 이런 잡지나 책이 있다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방에 많이 있어요.
아, 아무리 이웃이라도 남편이 있으신 분의 방에 발을 들이긴 실례잖습니까?
(아... 잠시 정적이다. 나는 문을 슬쩍 민다)
...그렇죠. 그럼 몇 권 빌려드릴게요.
고마워요.

남자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지만, 그녀가 남들과 다르다고는 생각했다. 그녀와 잡지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그날의 신문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고, 그러면 상대에 대해 더 알 수 있었다. 살면서 만난 적 없고 필요로 하지도 않았던 이상적인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외로워했다... ...남편이 저를 떠났을까요? 남자는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와 비례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게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알지만 그렇게 했다. 그녀는 같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야 웃었다. 같은 식당에 들르면 눈에 띄게 밝은 모습이었다.

 

언젠가 신문의 연재 소설을 좋아하길래, 직접 쓸 수 있지 않겠냐고 하자, 수줍게 그러고 싶다고 했다. 쌓아둔 원고를 신문사에 보내라고 해서 결국 같이 갔다. 계속 소설에 자문을 구했다. 남자는 굳이 따지자면 기사를 교정하는 게 더 편했는데도, 결국 밤을 새며 곁에서 소설 내용을 들어주었다.

 

남자는 그녀가 빌려준 싱가포르 잡지에 실린 기사 때문에 일자리를 그곳으로 옮겼다. 그는 무엇인가, 봐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과 같은 것을 볼 때 즐거워함을 알았다. 처음으로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했다. 원한다면 함께 가죠. 여자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자는 홀로 떠난다. 남자는 싱가포르에서 그 잡지의 최신호를 가장 먼저 보며 그녀를 떠올린다. 여자는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과 집을 옮기며 신문 소설 연재를 그만뒀다.

 

남자는 말할 수 없는 마음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여자는 말할 수 없는 마음이야말로 진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다.

 

"위스퍼레인이 좋아할 것 같은 영화네요."
"박사님이 좋아할 것 같은 영화였어요."
"동시에 말했네요."
"네."
"제가 왜 좋아할 것 같았죠? 아니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내용을 떠나서, 카메라의 기법이 취향이실 거라고."
"위스퍼레인은 내용을 좋아할 것 같았는데 말이죠."
(둘다 정답이다.)

那些消失的岁月，仿佛隔着一块积着灰尘的玻璃。
看得到，抓不着。
他一直在怀念着过去的一切，
如果他能冲破那块积着灰尘的玻璃，
他会走回早已消失的岁月
-花樣年華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