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에이야파들라와 하인즈 트윗 백업. 

 


 

"학자들이란...... 에휴." 

 

메딕 오퍼레이터가 걱정에 한숨을 쉬던 순간을 하인즈는 보았다. 한숨의 이유인 저명한 화산학자 에이야파들라는 하인즈와 함께 재앙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나누곤 했는데, 둘은 그 시간에 충실했고 또 그런 교류를 좋아했다. 그것 또한 '학자들'의 일이었다.

서로의 연구 자료를 돌려볼 수 있는 사이가 어디 흔한가? 하인즈와 에이야파들라는 각기 다른 분야를 다뤘고 때로는 상반된 실험 결과를 품에 안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즐거웠다. 학자들의 앞에서 하인즈는 한숨을 쉬지 않는다. 메딕 오퍼레이터 앞에서도. 어떤 대화를 했는지 묻지 않아도, '에이야파들라의 몸 상태로는 위험한 지역에 연구를 위해 나가려 했을 것'이라는 정황이 바로 도출된다. 에이야파들라는 몇 번이고 그렇게 연구 허가를 받아왔다. '학자들'은 으레 그렇고, 일부러라도 그러해야 하니까. 하인즈는 그런 면에서 자신이 선배라고 불릴 자격이 있나 생각하곤 한다.

에이야파들라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마지막까지 검측 기기를 영상 기록으로 남겨둘 사람임을 알고 있다. 그런 학자가 자신을 선배라고 부른다니, 당치도 않다. 이전에 몇 번이고 그 호칭을 정정해보았지만 그대로였다. 연구 논문의 갯수가 선후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닐 텐데도.

하인즈는 진정한 학자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어떤 상황이 와도 멈추지 않는다. 실론의 말을 응용하자면, 위대한 학자의 발자국은 인류의 발자국이 된다. 발견은 학자의 목숨과 명을 같이하지 않는다. 그러니 진리를 바라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조급한 학자들이라면, 백 번이고 이해할 수 있다...

...이해와 별개로 오리지늄 이상 지대로 떠난 그녀를 잠시 걱정한다. 그곳에선 날짜와 시간이 다른 관찰 비디오가 전송되곤 한다. 그 영상의 끝마다 에이야파들라는 끝까지 하인즈를 선배라 부르고, 가끔은 질문한다. 그래서 하인즈는 끝까지 한숨을 쉬지 않는다.

그건 집중하고픈 지표 외의 다른 어느 것도 신경쓰지 말고 달려나가라는, 연구 동료로서의 응원인지도 모른다. 항상 같은 곳에 있는 선배는 후배가 휘청여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도, 설령 자신을 바라보지 못 하는 날이 오더라도, 그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연구 노트를 건네줄 것이다.

 


 


-비슷한 거 또 있나요...?
-그러실 줄 알고 근 5년간 재앙과 지질학을 연관지어 연구한 자료를 모두 분류해뒀습니다.
-고마워요! 이걸로 독서회를 열 수 있다면 좋을텐데...
-보통은 그걸 포럼이라고 부르지만요.





"광석병은 절 어디까지 데려갈 셈인 걸까요?"


작지만 존경하는 학자의 말에 하인즈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그 전에 당신은 누구보다 먼 곳에 먼저 가있을 것 같습니다."


그 도착지는 관념이 아니라 실존하는 어떤 지평이리라고. 에이야파들라는 항상 불타는 마음처럼 불타는 곳을 보았다.

하인즈도 그런 머나먼 곳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언젠가는 그럴 시간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의 연구에 빠져버렸던 사람 아닌가. 하지만, 빛을 잃어가는 상대를 바라봄은, 때로 아름다운 수평선을 포기하고서라도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하인즈는 계속 가까이 보고 있다.

하인즈는 광석병이 그 삶의 의지를 앗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계속 마주한다. 그러면 죽기 전까지 최대한 그 의지를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거라는 생각뿐이다. 물론 로도스가 광석병 치료를 해도 한계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목숨과 의지는 삶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각기 다른 속도로 스러진다.

(그리고 지금, 둘은 아무데도 가지 않고 이곳에 있다. 적어도 지금은.)

 

 

감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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