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그 인형은 생명을 가졌지만 생명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인정하겠다. 나는 인간을 닮은 그것에서 인간성을 찾고 싶었다.

 

 

관용소녀-나만의 천사 AU 하인위레 


01
ahobxone


 

명인이 만들었다는, 하루 세 번 우유를 마시고 설탕 과자를 먹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형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것은 너무 아름다워 천사라 불리며, 주인을 선택해 따른다고 한다. 나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의미 없다고 느꼈다. 살아 있는 것들에 쓸 시간도 부족한 것을.

 

 

직장 동료가 인형 가게에 찾아갔다가 간택당했다고 했다. 어마무시한 비용에 혀를 내두르더만, 어쩔 수 없다며 데려왔다. 그럼 가격 얘길 하질 말 것이지. 뭐, 부자들이 아무리 돈으로 사려 들어도 그럴 수 없다는 점까진 괜찮았다. 

 

 

...좋게 생각하려 했지만 그가 해외 출장을 나가는 동안 내게 인형의 관리를 맡겼다. 이게 무슨 여행 간 사람 강아지 밥 주러 가는 심부름이지?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우유도 그냥 우유는 안 되고 가게에서 파는 엄선된 명품 우유여야 한다며 주소를 알려주었다. 알았어요, 두 번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결국 그가 없는 일주일간 나는 퇴근할 때 가게와 그의 집을 오갔다.

 

 

인형들이 앉아 있는 모습은 상당히... 기괴했다. 가구나 티 세트는 좋은 것을 쓰지만, 말 그대로 인형 놀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으니까. 가게 주인장은 내게도 인형에 관심이 없냐며 십년지기 친구마냥 말을 걸었다. 좋을 대로 떠들라고 했지만, 관심 있던 장인의 도자기를 발견하고, 꽤 귀한 차를 내오는 바람에 매일 붙잡혔다. ... 결국 남아 있는 인형들의 이름과 성격까지 하루 종일 들었다. 내가 살 것도 아닌데 상품의 정보를 이렇게 떠벌려도 되는 건가?  아, 이야기를 파는 것이군. 눈처럼 아름다운 것, 천상의 미소를 짓는 것, 어느 부자의 선물도 거절하는 것... 시시한 이야기 속에서 내가 갈 곳 없는 시선을 둘 곳은 차라리 어느 표정도 짓지 않는다는 푸른 인형이었다.

 

 

한 사흘째 되었나. 내가 가게를 나가려 하는데, 창밖엔 비가 오고 있었다. 별생각 없었다. 그 푸른 인형이 다가와 자신에게 세트처럼 들려 있던 검은 우산을 내밀기 전까진. 주인장은 깨나 놀랐던 것 같은데, 그때까지만 해도 알 바 아니었다. 부드러운지 차가운지 모를 손이 내 팔목을 부여잡고- 우산을 내밀었다. 비가 오니 가져가라는 뜻인가. 잠시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회사 건물이 가까워서 우산은 필요 없습니다. 그것의 팔을 내려주고 가게를 나섰다.

 

 

일주일째의 밤. 나는 그대로 다시는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지만, 어쨌든 열심히 좋은 차와 찻잔을 골라준 주인장을 봐서 예의상의 작별인사를 위해 찾아갔다. 이제는 올 일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일어나려는데, 푸른 인형은 나를 붙잡았다. 내가 팔을 내려준 것처럼 부드럽지 않았다. 그건 붙잡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죠? 좀 떼어내 주세요.

선택받으신 겁니다.

네?

떼어내도 인형은 선택한 상대를 무조건 따라갑니다. 사랑받지 못하면 죽게 되고요.

결국 그 사실을 받아들인 끝에 내가 내뱉은 말은, 이 인형은 죽을 거라는 비관적인 예고였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마음으로 그것과 살았다. 인형이 집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맛의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는 고급 우유, 나는 입에 대고 싶지도 않은 각양각색의 설탕을 굳힌 것들, 집에 들이니 더욱 이질적인 화려한 인형의 옷.  큰 변화는 없었다. 정확히는, 어느 변화도 만들 수 없었다. 같이 나가 산책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싶어도, 몸체가 약하고 변색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혼자 말을 걸고 내 하루에 대해 말해주는 것뿐이었다. 모두 공허한 혼잣말이다. 그것이 웃거나 찡그리며 반응하는 것이 동물 같아 정은 들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 인형-인간을 닮은 그것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결국에는 이렇게 한숨을 쉬며 대화를 마무리한다. 저는 제 것보다는, 당신의 감정이 더 알고 싶습니다.

 

 

인형을 가진 동료에게만 상담해 보았다. 하인즈 씨, 평소대로 딱딱하네. 뭐 괜찮아. 인형을 얻고 나면, 얼마나 재미없다고 생각해도 언젠가는 빠져버리고 말거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신드롬이 되었겠어? 왜 부자들이 가지고 싶어 안달이겠냐구.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그것에게 마음을 주고 말았다. 나는 그것을 인정했고, 어쩌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걸 알게 된 건 그 인형-위스퍼레인이 여느 사랑을 받은 인형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인형은 사랑받을수록 빛난다고 했으니까. 

 

 

그녀의 눈에서 빛나는 보석이 떨어진 순간부터 나는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자주 혼자 영화를 보았고, 실제로 눈물이 흐르지 않더라도 '울고 싶은 기분'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를 종종 다시 보곤 한다. 여배우가 눈물을 흘리고, 상대 역은 애타게 그 이름을 부른다. 위스퍼레인, 위스퍼레인...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감정이 전달되는 그 장면을 좋아한다.

그날, 그 장면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의미도 모르고 눈물을 닦을 줄도 모르는 생명체가. 딸그락 소리에 돌아보니, 평소처럼 오싹하도록 일정한 거리에서 나의 일상을 바라보며 서 있는 그녀가...

 

 

인형의 눈물은 보석이 되어 비싸게 팔린다는 말도 들었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순간 너무 간절한 마음에 그녀를 붙잡고 무심코 흔들며 물었다. 지금 눈물을 흘린 겁니까? 대체 무엇 때문에? 그녀는 그저 반짝이는 눈을 나와 마주칠 뿐이었지만. 가게에 찾아가 주인장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도 아주 기뻐할 뿐, 내가 원하는 답은 내려주지 않았다. 이런 사랑의 시작은 저도 처음 보네요. 그런 도움되지 않는 말을 하며. 

이제는 이름을 붙여주셔도 되지 않을까요.

생각해보죠.

 

 

위스퍼레인. 나는 그녀를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그녀가 그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끔 영화의 장면을 따라 하곤 했다. 인형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서툰 동작으로 그 장면이 되고자 했다. 내게 보란 듯이, 그녀가 되었다. 활기를 띠었다. 그녀의 감정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 영화를 보여주면 어떻게 될지 상상했고, 궁금해했다. 어떤 영화에 반응하는지 그 기준을 알 수가 없어서... 비디오를 들고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렇게 그녀는 평소와 같은 거리에 서서 나와 같은 영화를 본다.

그녀는 그 뒤로 아직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 없다.

나는 영화가 아니라 그녀를 본다.

 

 

 

'Clich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짓말도 일회성도 영원도  (0) 2023.04.02
승화  (0) 2023.01.03
유물: 동심 저격 인형  (0) 2022.11.26
Wer ist Der, der von Gaul kommt?  (0) 2022.09.28
유물: 에기르는 안다  (0) 2022.09.28
Cliché 私を選んだ天使·観用少女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Blue Snowfl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