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당신일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뿐이었는데. 인간은 회상했지만 그것도 그뿐이었다.
그에게 다가서지 말라는 위대한 그녀의 말을 동포들은 철저히 지켰고, 그 덕에 인간은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누군가처럼, 왜 생각하고 있었는지 잊을 정도로. 혼자가 된 인간에게 그녀는 계속 찾아왔다. 그것의 이름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인간은 혼란스러웠다.
-당신은 '스카디'인가요, '이샤-믈라'인가요?
-무엇이든 상관 없어.
인간은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이 되어줄 거냐고 묻고 싶었던 것 같다. 본심이 새어나온다.
-그렇다면 '박사'는, 내가 동족이라 부르면 동족이 되어줄 거야?
-저희는, 동족이었습니다. 분명.
이제 이런 대화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당신이 무엇일지는 당신이 선택하는 거야. 그것이 속삭이기도 전에,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의 말은 정확히는 '선택해왔잖아' 라는ㅡ강조에 가까웠지만.
-그러니까 당신이 우려하는 끔찍한 '손실'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당신은 아직 선택할 수 있어.
인간은 그것이 옛정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깊은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을 기다려왔음을 안다. 선택이라는 명분과 기회를 주는 것도 안다.
이것이 진화인지 퇴보인지 고민해도 이제 증명할 수 없었다. 정의내리기 위해 상대의 논리를 파고들다 보면 누구의 것인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무엇이 더 '고상'한가? 그 개념을 이해하는 이가 남아있긴 한가? 멸종과 초월을 동시에 앞둔 외로운, 외딴 개체. 그는 거의 처음으로, 회피하길 택했다.
더이상 셀 수 없는-단위가 남지 않아 당연했다- 시간이 지나고, 외딴 개체는 눈을 떴다. 그것은 부러 입이라 불렸던 기관을 오랜만에 열어 묻는다.
-이름은 기억해?
-...
어느 생존자도 없기에 이 이후를 관측할 수 없다.
0011 CRAFT NEW COLLECTION-雪中訪友 (0) | 2023.04.10 |
---|---|
거짓말도 일회성도 영원도 (0) | 2023.04.02 |
私を選んだ天使·観用少女 (0) | 2022.11.26 |
유물: 동심 저격 인형 (0) | 2022.11.26 |
Wer ist Der, der von Gaul kommt? (0) | 2022.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