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제와님

 


 

하인즈는, 오퍼레이터 위스퍼레인과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의 관찰하는 습관은 때로 사람의-철저한 타인의 사소한 요소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그게 과연 좋은 행동인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는 언젠가부터 위스퍼레인이 '잊는다'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기억하는 모든 것을 곱씹어도 그것은 낭만이나 객관적 사실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러했다. 

3월 6일 오후 5시 경, 집무실.

 

-'이 바람이 지나는 동안엔 어떤 징조도 저주도 온도도 심지어 사랑도 없었다. 모르는 사이 거리가 넓어져만 가고 비는 잦아들었다. 시로코와 함께 왔던 이여, 당신과의 만남이 비를 불러온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

-…'시로코를 잊으세요.'

-…

-…

-제가 물은 것은, 이 상황에 어울리는 대사가 아니라 저 독백과 함께 나올 사운드 트랙의 제목이 무엇일 것 같냐는 거였는데요.

-이게 제목이에요.

 

하인즈는 눈을 조금 더 크게 뜨며 위스퍼레인이 부가 설명을 하길 기다렸다.

 

-여기 대사가 더 필요하진 않습니다. 읽어주신 독백이 이미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군요. 전혀 예상하지 못 한 답이었습니다.

-그럼 정답이 아니군요…

-정답 같은 건 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엔 제목이 없어서, 당신의 상상에 맡겼을 뿐입니다.

 

위스퍼레인은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마치 속은 것처럼. 하인즈는 이 상황이 마치 자신이 나쁜 장난을 한 것처럼 보여 당혹스러웠다.

-시험한다든가 한 게 아닙니다. 그저 이렇게 비는 시간에 당신과 나눌 만한 주제를 생각해왔던 것뿐이에요.

-미리… 생각해오시나요.

-전에 정적이 오히려 어색해졌다고 위디 씨에게 말씀하신 건 잊지 않았는데요.

-그런 건 잊어도 괜찮습니다…

 


 

또 잊는다는 말이다. 

하인즈는 그것이 싫었다. 어쩌면 자신이 평생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 여겼다. 그녀가 발음하는 '잊는다'-그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말에는, 그녀의 어조와는 다른 큰 힘이 실린다. 그것은 그녀가 바라고 말고와 상관 없이 큰 의미라는 뜻이다. 그래, 그런 생각도 잊을 수 있다면 대화에 있어 더 많은 것을 신경쓸 필요도 없으리라. 

 

-저는 잘 잊지를 못해서요.

 

하인즈는 오퍼레이터들의 이력서와 정보를 모두 읽고, 거의 기억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기억은 의무다. 기억은 또한 책임이다. 그래서 위스퍼레인을 책임지기 위해 가지고 있는 정보 중 하나에는 생일이 있었다.

 

오늘은 위스퍼레인의 생일이다.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해보았지만, 그녀의 탄생에 관해 언급하는 실수는 와인을 기울인 때면 충분했다. 그래서 평소대로 당혹스러운 질문을 하기로 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지만 전혀 다른 영화를 언급했다. 사막의 복수심 가득한 이방인이 비가 매일 내리는 빅토리아의 도시에 도달하는 이야기를.

 

그런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답지 않게 생각했던 멘트 또한.

 

집무실 한 켠 저 멀리 다소곳이 앉은 모습이, 언뜻 보이는 무릎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시로코를 잊으세요' 라는 제목은 이국의 대륙에 사는 것처럼 자신의 곁에 존재하는 그녀가 아니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신의 생일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위스퍼레인.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하인즈가 아는 위스퍼레인은 분명 그 말을 잊고 싶어할 것이다.

 

 

 

*시로코Sirocco는 덥고 건조한 지중해의 동남풍을 부르는 이탈리아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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