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Thanks to Avant-garde friends

 

 

  Test Collection Series - Nameless Name.  

화려함보다는 디테일을, 개성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반듯함을 추구합니다. 정형화된 실루엣에서 무엇이든 연상할 수 있습니다. 박사를 위해 맞춤 제작된 정장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춰야 하는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Three Piece

구분되지 않을 만큼 평범한, 또는 지극히 예의 바른 옷의 형태.
용문, 라이타니엔, 극동, 빅토리아 테라의 어딜 가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아, 사르곤의 외진 곳이나 사미라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나 이 옷을 입을 수 있고, 자기 몸에 맞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 이름 없는 자에게 어울리는 옷.
그럼에도 지금 이 옷을 입은 이가 누구인지 당신은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델은 그 모든 유추됨과 시선이 익숙하고, 때로 기대를 배반하곤 합니다.
 
 

Three Buttons

하인즈가 소매의 단추에 무심코 시선을 내리는 순간, 위스퍼레인은 그 정장을 입은 하인즈가 영화에 나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는 항상 분명하고 뚜렷한, 존재감이 큰 사람이었는데도, 이미지는 여럿으로 갈라졌다. 무슨 배역이든 상상되었다. 정장의 정형화된 디자인에는 어떤 배역이든 어울렸다. 모든 것을 연상할 수 있었다. 달변가 정치인, 일개 회사원, 부유한 사업가, 유능한 킬러, 첫사랑의 결혼식에 가는 주인공같이 본 영화 중 정장을 입은 이가 나오지 않는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하인즈와 어울리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덧씌워진다. 기억나는 장면 속에서 뛰어다닌다. 생방송 카메라 안을, 꽉 찬 출근길을, 공허한 사무실을, 화려한 복도를, 뛰어다닌다, 아니 뛰지 않는다, 걸어 다닌다. 아니, 걷지도 않고, 정적인 채로 앉아 있다.

위스퍼레인은 그런 모습을 하인즈의 원본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 사이를 잇는 어떤 작품과 질문도 개입하지 않은, 모두 생명력이 결여되었다는 듯 무서워하는 남자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하인즈'에 가까운 이미지.

다시 돌아오면 하인즈는 단추를 매만지던 손가락을 떼어내고 있다.

눈이 마주친다.

 

사람들은 왜 정적을 그리 어색해하는가. 그것은 아마 이런 순간을 견디지 못해서다. 위스퍼레인은 이제 그렇지 않다. '하인즈'라는 인물은 정적이라는 연출과 함께할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긴장되시나요?"

그가 말하면 그에게 엿보였던 모든 배역은-위스퍼레인의 상상은- 힘을 잃는다. 


Three programs

"이번 행사, 괜찮으시겠어요?"
"어떤 의미로 말이죠?"
"박사님의 오늘 일정은 개막식 사회에 심사평 발표, 인터뷰까지 있습니다."  
"로도스의 이름으로 투자한 영화제잖아요. 제가 부탁받은 일에 참여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영화제를 즐기기 어려울 정도예요."
"전 제약이 없으면 오히려 힘든 쪽이라서요."
"그런 말을 다른 분들 앞에서 했다간"
"아시잖아요?"
 

 

결국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 그렇다. 하인즈와 위스퍼레인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지금의 둘은 서로에 대해 최소한 세 가지를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 서술되는 것은 그들이 인지할 수 있는 변화 세 가지일 뿐이다. 

 

상대의 변하지 않는 부분을 안다.

이를테면 하인즈는 항상 사람의 눈을 바로 마주 본다. 지금처럼.

그것이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항상 달랐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질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생겼음을 안다.

위스퍼레인은 때때로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화의 종결, 수긍, 추측, 또는 이해이다.

더이상 서로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위기는 필연적으로 인간을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 끝에, 둘은 자신이 죽음에서 먼 존재일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모든 것은 '이제는' 그렇다. 2년 전의 '박사'와 '어느 에기르 메딕'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위스퍼레인이 퇴장을 알린다.


"박사님, 제가 먼저 내리겠습니다."
"왜죠?"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해야 하잖아요."
"무슨 말씀을. 위스퍼레인 씨는 평론상 후보면서 말이죠."
"후보일 뿐이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이 열리면 하인즈는 위스퍼레인에게 손을 뻗어 완벽한 에스코트를 할 것이다. 그게 오늘 그의 배역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위스퍼레인은 어떻게 미소 지을지 고민하며, 파도처럼 멀어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하인즈와 위스퍼레인은 그 이름 없는 감각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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