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22.11
 
 
하인즈와 위스퍼레인에게는 서로의 흔적을 남기는데 정해진 방식이 있다. 남길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정확히는 사진을 남기지 않는다. 그가 쓴 글을 보관하고 이름을 새긴 선물을 지니고 영화표의 반쪽은 나눠 가질 수 있지만 사진을 찍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그들의 관계에 있어 항상 해오던 '재현 놀이'가 아니라 박제나 미이라를 만드는 것에 다름없으며, 기억을 묶어둘 흉측한 모양의 닻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묘비명과 같은 분명한 것이 아니라 땅이 파인 흔적과 같다.
 
-인물 사진은 유실물입니다. 그 장면이 남긴 부산물이고, 현상된 만큼의 사실 외를 잊게 하는 장치에요.
 
위스퍼레인이 사진을 찍히고 싶어하는지ㅡ 또 그 사진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와는 상관없이 하인즈는 말했다. 덧붙인다.
 
-우리 사이에 필요한 사진과 촬영은 자료에 다름없죠.
 
위스퍼레인은 하인즈가 몇 차례의 검진을 끝낸 후 적은 노트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을 떠올렸다.

'냉동 인간이 될 뻔한 후 수없이 검사실을 오갔다. (...) 이 함선의 사람들에게 내 자료는 많이 필요하다. 나를 찍는 것은 내가 아니라 의사들이어야 한다. X선이나 상처를 촬영하는 작업 말이다.'
'나는 의사들 앞에서 피사체가 되는 것에 익숙하며,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그들의 편집 능력에 감탄한다. (이 문장 근처에는 나중에 더 굵은 펜으로 작성한 임시 각주가 있었다-'원래대로'라는 말은 부적절하다.-)'
 
치료를 편집이라 비유하는 환자라니, 우리의 조치를 그렇게 느껴온 걸까. 위스퍼레인은 신선함을 떠나 이것을 누구와 공유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렇게, 어차피 하인즈의 사진은 자료적일 터였다. 농담처럼 '자신이 죽은 뒤 치료 기록은 필요하다면 의학 교재에 제공해도 된다' 말하는 그 남자가, 가장 감정적인 이유로 타인의 사진을 남기지 않기로 했음은 몰랐다.
 
감히 밝히건대 그는 로도스에 남은, 또는 장면도 모른 채 넘겨받은 '유실물'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절대 열어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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