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나는 이번 신작의 마무리를 위해 바닷가의 호텔을 빌려 머무르는 며칠간 기이한 현상을 겪었다.

바다에 대한 소설이냐고? 아니, 그놈의 “작가님, 하인즈 작가님”하고 전화가 걸려 오는 것도 지겨웠다. 내가 원고를 늦게 준 적이 어딨다고 매번 성화인지 모르겠다. 일부러 이곳까지 와서 전화기를 꺼둔 채 문을 등지고 원고를 펼쳤다. 창밖의 바뀌어가는 풍경을 가끔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푸른 머리칼을 하나로 묶어 늘어트린 여인이 걸어 다녔다. 모래사장 위를 계속 맴도는 것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을 내딛고, 멀리 가지 않고 이내 멈췄다. 그러길 반복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나는 머무르는 내내 그녀를 며칠 지켜보았고 일종의 무서움까지 느꼈다.

 

저 여인은 하루 종일 해변에 있다. 먹지도 지치지도 잠들지도 않고. 내가 목격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 같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일종의 자연처럼 그곳에 있었다...

 

나는 결국 해변으로 나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날은 체크아웃 바로 전날이었고, 안개가 가득했다. 사람도 없는 해변 끝까지 걸어가 왜 계속 이곳에 있느냐고, 갈 곳이 없는 거냐고 묻는 동안 그녀는 나를 공허하게 쳐다보았다. 내 말을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내가 관찰하기 시작한 이래로 한 순간도 빠짐없이 계속 바다를 향하고 있었는데, 질문이 돌아오기 전까지 나는 내가 유령이나 미친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제가 이곳을 벗어나야 하나요?”

“위험한 상황인가 해서 물어본 겁니다.”

“그럼, 바다가 보이지 않게 데려가 주세요.”

 

그것이 눈을 가려달란 뜻인지, 잠시 시간을 달란 뜻인지, 바다라곤 보이지 않는 먼 내륙에 가자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이방인의 몸을 돌려 바다를 등지게 했다. 그러고는 안개를 헤치듯 감싸며 걸었다. 여인은 순간 그가 바다를 등질 수 있었다는 걸 몰랐던 것처럼, 그런 선택지가 자신에게는 없었던 것처럼,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보세요, 이제 바다가 보이질 않습니다.”

 

뒤를 돌아서도 바다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 나는 곁에 있던 여인을 돌아보았는데,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그곳엔 언제나의 바다가, 파도가, 안개가 넘실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나는 돌아가기 전까지 바다를 보던 숙소의 창가에 앉아 오랫동안 그 현상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이 끝났음을 알았다. 소설을 썼다.

 

 

'Mont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不可□ (完)  (0) 2021.12.12
不可□ (2)  (0) 2021.12.12
不可□  (0) 2021.12.12
외계에서 온 농담  (0) 2021.12.02
궤적  (0) 2021.11.19
Montage 現象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Blue Snowfl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