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가끔 하인즈의 집무실에서는 찰칵거리는 소리가 난다.

어떻게 적어 내리든, 그 소리가 시작되는 곳은 하인즈의 손이다. 그 손에는 화려한 색깔의 큐브가 들려 있다. 

하인즈는 언젠가부터 큐브를 맞추기 시작했다. 여가 시간에 독서와 영화 보기, 오퍼레이터들에게 말 걸기, 때로는 체스 대회를 즐긴다는 것은 유명하지만, 이건 의외로 아는 사람이 적다. 집무실, 사무실에 찾아오는 어시스턴트 또는 인사부 오퍼레이터가 아니고서야 잘 모른다. 하인즈의 어시스턴트로 자주 함께 일하는 위스퍼레인은 가장 먼저, 또 가장 오래 그의 큐브 실력을 엿봤다. 

-큐브... 처음 보는데요.
-이렇게 일하다 중간에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하려고 시작했습니다. 전에 카프카가 권하기도 했고...

그 말대로, 하인즈는 처음엔 간단한 루빅스 큐브를 맞추는 것으로 시작했다. 위스퍼레인과 일하다 쉬게 되면 타이머를 맞추고 시간을 쟀다. 3x3 큐브를 5.07초 안에 맞추게 되었을 때 새 큐브를 샀다. 스퀘어큐브, 미러큐브, 기어큐브, 나중엔 급기야 피라미드나 다이아몬드 모양까지 책상에 올라왔다.

-...또 순식간에 하게 되셨네요.
-그래 보이나요?
-이 정도면 대회에 나가셔도...
-아, 신기록도 아닙니다. 그런 게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10초 안이라면 상관없고요.

하다 보면 빨라져요. 하인즈는 가볍게, 대단하지 않다는 듯 말했고, 때로는 위스퍼레인에게 권하기도 했다. 큐브를 받아든 위스퍼레인은 애써 맞추다 결국 포기하거나, 중간쯤부터 하인즈의 코치를 들어야 했다. 
어느덧 집무실 책상 서랍 한구석이 큐브로 가득 찼을 때, 하인즈는 웬만한 큐브는 모두 10초 안에 맞추도록 기록을 줄였다. 머리를 식히고 싶은 게 맞나 싶어질 정도였다.

-이제 카프카와 큐브 대결을 할 수 있겠군요...
-큐브... 대결요?
-아...

하인즈는 말하지 않으려던 걸 흘린 것처럼 잠시 말을 멈췄다. 

-전에 카프카의 큐브에 관심을 보였다가, '박사는 맞출 수 없을 것'이라 들어서 다음에 만나면 맞춰주려고 기본부터 시작했습니다.

아, 간만에 즐거운 일이 생기셨구나, 위스퍼레인은 생각한다. 하인즈가 오기를 갖고 몰두하는 일이 생길 때, 그걸 지켜보면 재밌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리고... 승부욕을 가진 하인즈의 모습 또한 꽤 새롭다. '클로저가 만든 AI'라는 소문도 도는 박사의 그런 모습은 이런 일이 없으면 볼 수 없다. 
위스퍼레인은 하인즈가 계속 큐브 기록을 줄여나가는 걸 보며, 쉬는 시간에 그를 지켜보느라 물을 마시는 걸 깜빡하기도 했다.

...

꽤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 하인즈의 집무실에서는 찰칵거리는 소리가 난다.

또 큐브 돌아가는 소리. 위스퍼레인이 문을 여는 순간, 하인즈가 손을 멈춘다. 찰칵거리는 소리는 순식간에 그 플라스틱 조각 틈 사이로 몸을 숨긴다. 그의 손안에는 사과 모양의 표면이 조각난 큐브. 완성되어 있다. 위스퍼레인을 돌아본다. 

-오셨나요?
-사과...?
-전에 제가 이겼잖아요. 카프카가 이제 이걸로 대결하자고 하더군요.

위스퍼레인은 순간, 소년처럼 즐겁게 웃는 하인즈를 발견한다. 의기양양하게 이겼다고 말하는 모습. 자신도 살풋 웃는다.

-그럼 이제 일합시다.
-네.
-왜 그렇게 웃죠? 제가 집중하는 얼굴이 웃긴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 아니에요. 다음엔 큐브 대결, 보러 가려고...
-일주일 뒤 식당에서 할 겁니다.

하인즈는 멈춘 사과를 서랍에 넣는다. 위스퍼레인은 일주일 뒤를 기억한다. 그날, 근무 없으니까...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여전히 하인즈의 집무실에서는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고, 위스퍼레인은 그 소리를 좋아한다.

 

 

카프카 큐브 설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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