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익스플로이테이션

스크린만 화려한 B급 영화의 은근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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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B급 영화가 스크린이라도 화려하다면 다행이라는 건 매니아라면 느껴본 적 있는 오묘한 감정이겠다. 스크린을 돌아보자. 어떤 챕터식 영화의 주인공인 모건은 존재 자체로 걸어다니는 B급, 아니 F급이다. 테마는 삼류. 이번 챕터는 어딜 가나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여자라는 설정.

포스터에는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삼류 인생? 무슨 소리야? 그런 녀석들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나?" 그렇다. 일단 모건은 즐거워 보인다. 

...모건은, 말이지. 

그녀는 계속 스크린 너머를ㅡ우리 관객들을ㅡ 바라보며 묻는다. "있지, 이 다음에 어떻게 하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
옆에 앉은 남자를 보면서 나레이션.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해도 좋다. '아니 지금 영화 시작 10분 만에 차가 10대는 날아갔는데 어차피 맘대로 할 거 아닌가?', '스토리 있는 거 맞아?', '메타성인지 B급인지 하나만 해' 모두 괜찮은 리뷰라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모건은 제멋대로 한다.

"이 뒤로 슬래셔 장면이 펼쳐질지, 복수극을 벌일지, 갑자기 차를 훔쳐 달아다거나 섹스를 할지는 아무도 몰라. 그래, 요즘 이게 유행이라며! 어느 쪽이 좋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침 바에 놓여 있던 사무라이 칼을 들고 설치는 거랑, 러시안룰렛을 하다 사람을 죽여버려서 감옥에 들어가는 거..."

우리에게 귓속말을 하는 예의는 차렸지만 자신의 계획이 이 영화의 평점을 실시간으로 깎는다는 건 모르는 모양이지. 그동안 이 챕터의 남자 키아베는 모건의 옆에서 위스키 잔을 쌓다가, 결국 12개 쯤에서 우수수 무너져 깨트렸다. 아차! 변상하기 싫은데 웨이터가 이쪽을 바라보기까지!

모건은 오늘 처음 만난 남자의 손을 잡고 도망간다. 그리고 마침 주차된 바이크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달려간다. 둘이 순식간에 스크린을 벗어나면, 주차장 옆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불쌍한 남자가 담배를 떨군다ㅡ곧바로 화면 전환. 챕터 4, '바이크 갱 엔젤 모건'. 양심 있는 타이틀? 관객은 '뭘 했다고 챕터 4? 이 영화에서 대체 뭐가 천국적?' 라고 의문을 갖기보다, 그렇구나~ 생각하는 쪽이 좋다. 수많은 'B급'이 증명하듯이, 의문이 없어야 즐거운 삶과 영화가 있는 법이다. 오토바이가 멈추면 모건은 키아베와 닌자가 될 수 있을까? 챕터 5가 서부영화이길 기대하며, 마무리.

(해명이자 해설.)
음... 정신을 차려보니 정말 B급처럼 썼는데 전 의외로 B급 영화를 좋아합니다. 모건에게 진지한 면이 없는 건 아닌데도 이런 캐릭터인 쪽이 더 잘 어울리죠. 키아모건은 더더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전개에도 편견 없이 서로와 손을 잡고 움직여줄 것 같은 인물들.
생각되는 건 '바에서 만난 둘이 깽판을 치고 나와 최대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고 닌자 스승을 만나 금단의 독침술을 배웠다가 우연히 목숨을 걸고 미국 정부에서 관리에 실패한 괴수를 무찌르고 영웅이 되려는 찰나 술값을 내지 않았던 죄목으로 여자 교도소에 들어가 결국 그곳 짱이 되어 나오고 감격의 키스를 하는 엔딩.' 정도.

...그래도 키아모건은 이런 세계에서 즐거워 보일 겁니다. 그것이 나름 매력! (급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