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로도스 아카이빙 특별전 상영작

Odd Blue

원제, Bleu étrange 

Thanks to Rhodos Island AV Cabin Restoration Team.

 

 

시즈님

 

이름 모를 옛 흑백 무성영화의 필름. 프로방스에서 발견되었으나 그 내용은 극동의 한 소설가가 만들어 유행한 '메리지 블루' 라는 단어에 영향을 받은 듯합니다. 현대 기술로 복원하자, 온통 푸른색이었습니다.

단순한 사랑과 불안의 이야기. 로도스 영상실 복원팀은 하인즈 박사의 의견에 따라 원본과 컬러판을 각각 상영하였습니다. 아카이빙에 사명감을 가진 사람은 드물지만 마침 로도스에는 '기록 조각'이라는 최첨단 기술이 있습니다. 

 


 

(Spoken Title) "C'est fini?" 끝났나요?
 
(가구들 샷, 이후 문 열리는 소리. 남자가 아무리 여자를 거절하고 돌려보내도 다음 씬에는 여자가 있다.)

(책상. 남자는 계속 타자기를 두들긴다. 여자는 침대에 앉았다, 누웠다, 자세를 바꿔가며 나가질 않는다.)

(남자는 칸이 그려진 종이에 계속 메모를 적고 그림을 그린다. 스토리보드. 달력이 몇 번이고 넘어간다.)

(남자가 없는 그의 방. 여자는 울상이다. 옷장을 전부 열어젖히고 하얀 이불과 드레스를 꺼내 큰 침대 위에 펼쳐놓는다. 특히 빛나는 드레스가 있다. 쓰러지듯 그 위에 눕는다.)

(Spoken Title) "Entrez." 들어와.
(주택가 문 앞에 쭈그리고 앉은 어린 여자아이.)
(Spoken Title) "toi." 네.
(남자를 닮은 어른이 들여보낸다. 안에는 남자아이가 책을 읽고 있다. 고개를 든다.)

(long shot)
(길거리. 여자와 남자는 북적이는 작은 극장을 나온다. 여자가 웃는다. 남자는 그저 걷는다.)

(공원의 벤치에 앉은 뒷모습. 카메라는 고정된 채로 사람들이 걸어가고 뛰놀며 나뭇잎이 흔들려 날린다.)
(커튼처럼 날아오는 천.)

(Art Title) C'est du passé. 그건 옛날 일이다.
(Spoken Title) "C'est du passé." 과거의 일이야.

(베일이 클로즈업된다.)
(줌 아웃. 인테리어. 여자는 전신 거울 앞에서 새하얀 드레스를 입어본다.)

(남자가 들어온다. 여자를 보고 멈칫한다. 말이 없다. 카메라는 방을 한 바퀴 돈다.)
 
(Art Title) La femme dit qu'elle veut apparaître dans votre film. 여자는 당신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한다.
(Spoken Title) Réponds. 대답한다.
"Mon film est tellement réaliste que je ne veux pas vous faire apparaître." 내 영화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당신이 출연하길 바라지 않아요.

(여자는 남자를 침대에 밀어 눕힌다.)
(가라앉는 침대 매트리스.)
(조명에서 내려다보는 카메라. 서로 닿지도 않으며, 눈을 마주하지도 않을 것. 여자가 붙잡으면, 남자가 말한다:)

(Spoken Title) "C'est fini?" 끝났나요?

 


...

"이런 영화 오랜만이네요. 어떠셨습니까."
"박사님은 마음에 드셨겠죠..."
"조금은. 제가 상영하자고 했으니까요."
"여운이 깊어요. 마치 제가 그녀가 된 것처럼."
"사랑 이야기라서?"
"여자는, 그 남자가 가장 사랑하는 것의 일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여주인공이 당신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던 파트 말씀이신가요."
"네."
"그럼 그녀는 남자가 사랑하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남자를 사랑하고..."
"영화가 끝난 후 이렇게 바로 운을 떼시다니, 다음 평론이 기대되는데요..."

 



8월 1일에 마침 특별하게! 하인위레의 300일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빠르네요. 제가 밀고 있는 재현 시리즈를 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이번엔 좀 더 특별하게 가상의 영화를 아예 만들어서 그걸 재현시키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존의 영화도 좋아하는 게 많지만 이왕 하인위레의 날이니까. 원래는 흑백 무성영화가 아니라 그냥 영화로 생각해서 대사를 잔뜩 써뒀다가, 토폴로지 복원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방향을 틀었어요. 


이 메리지 블루의 시작은, 시나리오 하나. 자신의 영화가 좋아서 약혼하게 된 여자에게 완벽한 차기작을 주려는 남자의 엇갈리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오로지 이걸 위해 몇 년을... 그건 당신을 위한 일이기도 해요."
"불안하니까, 영화의 핑계를 대는 거죠. 당신은 원래 막히는 작품을 이렇게까지 붙잡지 않아요."
"그만큼... 당신을 붙잡고 싶은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나요."

 

원래는 그런 감정선을 말하고 싶었는데 장면이 바뀌며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대사, C'est fini? 끝났나요?
네. 이후의 해석은 여러분이 하시면 됩니다.


+) '기록 조각'과 토폴로지에 대해서. 지금도 옛 영화의 필름이나 데이터를 복원하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는데, 로도스에 이런 물체가 존재한다면 흑백 필름 쯤은 당연히 리마스터해서 상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토폴로지는 원래 도형 성질에 관련된 기하학의 한 분야지만, 저는 그저 필름을 복원하면서는 토폴로지를 연구하듯 그 내용이 망가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러할 순 없죠. 오래된 필름 복원에도 재밌는 기술과 이야기가 많은데 여기선 넘어가도록 할게요. 하인즈는 이런 작품들을 남겨두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니 로도스 팀의 업무로 넘어갈 법도 합니다. 그렇게 'Odd Blue'가 상영되고, 이틀 뒤 위스퍼레인의 평론이 공개되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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