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9분 중 39분
2021
시즌 2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5화 “이름 없는 감각”
출연: 하인즈, 위스퍼레인
장르: 드라마, 판타지
프로그램 특징: 계속된다. 질문이 튀어나오던 자리를 빼앗은 정적은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준다. 그 정적은 가장 완벽하고 적절한 시간에 퇴장해야 한다.

 

Calling All Angels https://youtu.be/FtUvIrGePDU

 

 

잠시 술잔을 기울이는 하인즈와 위스퍼레인. 둘은 술을 찾아 마시는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그럴 시간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하인즈는 우연히 좋은 술을 받은 날 그녀를 떠올렸다. 그답지 않은 모습일지도 몰랐지만 너스레 제안했다. 위스퍼레인 씨, 와인 좋아해요?

인테리어는 일종의 연출이라고 하인즈는 생각한다. 연출된 분위기 속에 앉아 있으면 사람은 결국 그것을 따라간다고. 그래서 그는 로도스의 외관을 꾸미는 데도 열심이었다. 술을 마신다 생각하면 바 또는 라운지를 떠올리는 사람. 하인즈는 위스퍼레인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하인즈는 터놓고 말한다. 


-저희가 취하려고 마시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셨겠지만, 
-...혹시 숙취 때문에 메딕인 저를 미리 부르신 걸까봐 걱정했는데요.


예상 외의 답변. 분위기를 잡으면 따라줄 줄 알았는데. 사실 나쁘진 않다. 하인즈는 그저 이 시간이 잠시의 휴식이 되길 바랐을 뿐.

어쨌든, 하인즈는 준비한 대로 잔에 와인을 따라준다. 위스퍼레인은 이 시간도 그의 호의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미 그것으로 만족스럽다. 복잡한 생각은 제쳐두자. 둘은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은 숨겨두었는지 자연스레 여러 주제가 오간다.

-선물받은 와인이 좋아보여서. 항상 같이 일해주시는 위스퍼레인 씨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그렇게 수고하고 있지 않는데도요. 박사님이 항상 힘들죠.
-글쎄요. 사무실의 자료 조사를 에단 씨가 넘겨받고는 너무 많이 일하는 것 같다고 신기하다고 하시던데요.
-그, 그런가요.
-술이 싫으면 많이 마시지 않아도 돼요. 그냥 핑계에요. 저희가 뭐라도 얘기하고 있으면 놀리는 오퍼레이터들이 생겨서...
-...
-그런 건 싫어할 것 같아서요.
-...사실 몰랐어요.
-아아.


하인즈는 가볍게 웃는다. 술이 들어가서인지, 위스퍼레인이 앞에 있어서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오늘따라 말이 많아진 기분이다. 평소에는 지휘나 업무 전달이 전부라 친한 오퍼레이터가 아니면 길게 이야기를 나눌 일도 없다. 하지만 오늘만은 정적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불렀는데 조용하니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또, 바에는 왠지 사람이 많고 떠들썩할 것 같으니까.

-어쨌든, 그랬다는 것 뿐이에요.


와인잔을 비우고, 새로 따르려 병을 든다. 그곳에 적힌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아득... 까진 아니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연도. 여전히 보존되었다니 신기할 정도였다.


-뭘 보고 계시나요?
-꽤 옛날에 담긴 것 같아서요. 저는 살아본 적 없는 해의 포도 맛을 느낄 수 있다니, 하고.
-후훗, 박사님은 가끔 재밌는 말을 하세요.
-그러고 보니... 전 위스퍼레인의 나이를 모르네요. 이 때는 태어나 있었나요?


작은 농담이었다. 그녀의 외모를 보면 그럴 리 없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위스퍼레인은 순간 멈춘다.

-...왜 그러시죠?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서요. 지금의 저이기 전에.


아, 하인즈는 순간 자신답지 않게 실수했다는 생각을 했다. '회춘'하는 그녀에게 있어서, 과거는 알 수 없지만, 알았을 수도 있는 것임을 잊고 있었다. 그 한마디로 그녀가 그런 생각을 했음은 눈치챘다.
지금의 정적은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항상 그래왔지만, 상대적으로. 하인즈가 가만히 시선을 피하자, 위스퍼레인은 고민하다 입을 연다.

-지금 이 순간,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 같네요.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이요.


그가 다시 고개를 든다. 그녀의 말에는 무슨 의미가 있으리란 기대를 안고.


-대화가 갑자기 끊기고, 낯선 정적이 흐를 때.


눈이 마주친 것만 같다.


-어떤 언어에서는 그것을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이라고 말해요. ...박사님이 긴장한 동안 천사들이 눈앞을 가리고 접시를 흐트러놓고 가는 모습을 봤네요.


위스퍼레인은 웃는다. 

병을 기울여도 와인은 더 나오지 않는다. 긴장한 것처럼 보였겠지. 답지 않게. 위스퍼레인에겐 그런 하인즈가 더 인간다웠겠지만.

 

-하하, 어디 말인가요?
-프로방스, 아니면 림빌리턴...

하인즈는 이 말이 자신에 대한 배려임을 안다. 위스퍼레인은 항상 타인을 위하는 사람이니. 그 말의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자신을 무안하지 않게 해주려는 의도임을 안다.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 사이에 작은 천사가 걸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한다. 방을 오가는 짖궂은 천사들을 그려보고 만다.

당신은 정말 ......한 사람이에요. 그 말은 마지막 한 모금과 삼켜버린다.
하인즈의 세계는 그것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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