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성

위스퍼레인의 회춘은 어떤 형태일까 계속 상상해 마치 세포의 역분화와도 같을까 재구성은 인간에겐 어떤 모습으로 일어날까 언젠가 위스퍼레인이 죽을 위기에 처해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간다면 그것을 보는 하인즈의 심정을 생각해버린다

이 회춘하는 에기르는... 다시 깨어났을 때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을 통해 자신이 한 번 죽었다가 깨어났음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 다시 이전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면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 하지만 하인즈가 그런 위레를 본다면 다시 위스퍼레인이라고 불러줄까 어떤 존재였다고 말할까

그러지 않을지도 몰라 왜냐면 위스퍼레인은 죽음으로 인해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괴로워할 것을 두려워했으니까 하인즈라면 그걸 알고 있겠지 위스퍼레인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대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길 바란다고 한다면... 그건 변덕이 아니라 정말 그녀를 걱정한 일

 

...그 우산의 손잡이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Whisperrain. 단순한 단어처럼 읽히는 그것은 사실 이름이다. 하인즈 박사는 며칠간 그 우산을 제 것처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건넨다. 

이건 당신 거예요.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오갔는지 모른다.

하인즈는 위스퍼레인이 눈앞에서 죽고 되살아나면 이름을 알려줄지조차 고민한다. 이름을 알려준다는 건 정체성이니까. 그리고 자신을 알고 있는 타인이 있다는 표시니까. 자신이 알던 위스퍼레인을 투영하며 키우는 것은 옳은가 생각하겠지. 그것은 일어나도 되는 재현일까.

피에 흐르는 바다에 대한 공포가 있다면 계속 같은 매커니즘으로 성장할까 고민해보지만... 역시 그건 잘 모르겠다. 모호하다. 시작점이 다르니까. 자신의 이기심이 위스퍼레인의 자유를 없애는 건 아닐까 하고 고민한다. 그러나 결국은 이름을 알려주겠지. 하인즈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어린 위스퍼레인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우산을 내밀고, 당신이 있을 곳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택은 자유라고 덧붙인다.

같은 이름을 줄게요. 당신의 이름은 위스퍼레인입니다. 나중에 바꾸고 싶다면 얼마든지 바꿔도 좋아요. ...이전의 이야기는 제가 미리 하지 않을게요.

다시는 헤매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해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참는다. 작은 위스퍼레인의 대답을 기다린다.
그것이 하인즈의 최선이었다.

 

 

감귤님

 

 

+) 하인즈는 어린 위레에게 옛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도록 해줄 것 같은데, 오히려 위레가 그런 하인즈의 행동에 꼬리를 물고 질문할까 싶어져. 그저 감으로, 또는 기질과도 같은 호기심으로. 그럼 하인즈는 전세가 역전되는 것처럼 쩔쩔매는 것도 좋고 냉담하게 끊어내도 좋고...

어쨌든 하인즈는 자신이 바라는 '위스퍼레인'을 만들지 않도록 하고 싶은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이야기로 이어지면 재밌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