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象界1123분
나는 이번 신작의 마무리를 위해 바닷가의 호텔을 빌려 머무르는 며칠간 기이한 현상을 겪었다. 바다에 대한 소설이냐고? 아니, 그놈의 “작가님, 하인즈 작가님”하고 전화가 걸려 오는 것도 지겨웠다. 내가 원고를 늦게 준 적이 어딨다고 매번 성화인지 모르겠다. 일부러 이곳까지 와서 전화기를 꺼둔 채 문을 등지고 원고를 펼쳤다. 창밖의 바뀌어가는 풍경을 가끔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푸른 머리칼을 하나로 묶어 늘어트린 여인이 걸어 다녔다. 모래사장 위를 계속 맴도는 것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을 내딛고, 멀리 가지 않고 이내 멈췄다. 그러길 반복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나는 머무르는 내내 그녀를 며칠 지켜보았고 일종의 무서움까지 느꼈다. 저 여인은 하루 종일..